[포스트 코로나, 퍼스트 코리아!] 박원순 서울시장 "이젠 '그레이트 코리아' 창조할 때"
2020-05-11 07:05
서울, 대한민국이 코로나 방역의 세계 표준으로
영국, 표준시ㆍ표준궤로 '그레이트 브리튼' 만들어
영국, 표준시ㆍ표준궤로 '그레이트 브리튼' 만들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표준국가'란 용어를 만드는 데 지난 2년간 고민했다"고 했다. 수도 시장으로서,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산업화·민주화를 거쳐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이후 국가의 비전을 담아내는 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박 시장이 고심 끝에 골라낸 용어는 '표준'이다. 이는 단지 한 산업에서의 기준이 되는 규격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글로벌 표준은 곧 해당 영역에서 질서를 만들고 다른 국가를 선도하자는 개념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코로나19는 전세계 도시 국가에 공통된 과제를 냈다고 볼 수 있다"며 "성적을 놓고보면 우리가 선진국을 제치고 압도적 점수를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대한민국의 선진성을 전세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대사건이 됐다"고 말했다.
△ "경험을 교과서로…시민 의식도 큰 힘"
그는 "경험만큼 확실한 교과서는 없다"며 "메르스를 경험하며 얻은 '투명성이야말로 감염병의 특효약', '과잉대응이 늑장 대응보다 낫다'는 감염병 대응 원칙은 이번 코로나19 대응에도 정확히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양한 혁신이 시도되며 메르스보다 한층 고도화된 감염병 대응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즉각대응반을 새롭게 도입해 집단발생에 기민하게 대처했고, 대규모 감염이 우려되는 병원과 노인요양시설도 철저하게 사수했다.
그는 "무엇보다 K방역이라는 말이 전 세계에서 회자될 정도로 서울, 대한민국이 코로나 방역의 세계 표준이 된 데는 시민의 공이 가장 컸다"며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잠시 멈춤 등 정부가 내놓은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질서 있게 지켜준 위대한 시민 정신 덕분에 이동 금지령이나 도시 봉쇄 없이 도시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 스페인 등 다른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도시를 봉쇄하거나 국경을 폐쇄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반면, 서울시에서는 지하철 1~9호선과 우이신설역을 밤 12시까지 1시간 단축운행하는 방법으로 방역업무를 해온 종사자의 휴식을 보장하고, 지하철 안전관리 업무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 K방역, 이제는 세계로…글로벌 이목 집중
최근에는 96개 대도시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 C40의 지역별 대표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서울시의 방역 시스템을 공유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셧 다운 조치 없이 도시의 사회‧경제 기능을 유지시키면서도 어떻게 신속하게 확진자를 발견하고 검사할 수 있었는지, 검사키트나 마스크는 어떻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다"며 "모든 도시들이 대한민국과 서울의 방역시스템을 하나의 지침으로 여기고 그 노하우를 공유해주길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달 9일 코로나 대응 온라인 플랫폼인 CAC(Cities Against COVID-19)를 오픈했다. 이곳에는 하루 최대 23만명이 방문했고, 한달 만에 방문객 수가 230만명을 돌파했다.
해외도시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방역물품과 관련해선 업체와 진단키트 등 제품 정보를 상세히 소개해 실제 수출로도 이어지도록 했다. 박 시장은 이 사이트를 통해서 전 세계 도시들이 감염병에 공동대응해 나갈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인한 K방역, K바이오메디컬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도록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나아가 미국과 유럽 모델을 따라갔던 추격형 발전의 관습을 넘어 세계를 선도할 독자적, 창조적인 표준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문명 대전환…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위기는 기존 질서를 재편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그동안 공고한 줄만 알았던 '서양의 개념'은 코로나19라는 변수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박원순 시장은 인류의 역사가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D, After Disease)로 나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가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역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시장은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성공 신화를 일궜지만 따라가는 데만 급급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개념 설계 역량은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난 몇 십년간 미국과 유럽을 모델로 부지런히 따라가는 추격형 발전을 추구해 왔다면, 이제는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따라가는 존재로서의 자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이제는 판을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서구의 신화가 무너졌다"며 "단숨에 틀을 깨고 전략적 사고를 하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더이상 서구에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국면에선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K방역이 전 세계의 모델로 떠오르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서울과 한국의 행보에 전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관습화된 성장 공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념설계와 기초과학, 원천기술에 대한 전폭적 투자와 경험, 노하우의 축적이 이어진다면 충분히 세계 질서, 규칙, 표준을 만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표준국가를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의 주류와 중심이 어디인지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표준은 경쟁의 판도를 바꾸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질서를 형성하게 한다.
그는 평균태양시가 영국의 그리니치 표준시를 따른다는 점을 예로 들며 "당시 최고의 강국인 영국은 여러 나라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 표준을 창조했다"며 "이를 통해 영국이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이 되었듯, 이제는 한국이 '그레이트 코리아'(Great Korea)를 창조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