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빛나는 리더들] ④"IT 소통이 코로나 막았다"...원조 마스크앱·대만 파격 장관, 오드리 탕

2020-05-08 18:09
"코로나 막은 IT 소통"...마스크맵부터 예약 구매까지 구축
'최연소·트랜스젠더 장관' 파격적 기용...디지털 민주주의자
투명한 소통으로 재미있고 상처 주지 않게 사회 혁신하자

현재까지 대만은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1월 초 첫 환자가 보고된 후 두 달간 일일 감염자를 한 자릿수로 묶어놨고, 3~4월 맞았던 2차 확산 위기도 무사히 넘겼다. 대만은 지난달 12일 세계 최초로 프로야그 리그를 개최했고, 8일부터는 경기당 1000명으로 제한해 유관중 경기를 추진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8일 오후까지 대만에서는 총 440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같은 성공적 방역은 대만 정부가 사태 초기 경제 희생을 감수하고 선제적 조치를 감행한 덕분이다. 인구 2300만명 중 85만명이 중국에 거주하고 전체 수출의 30%를 중국에 의존할 만큼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지난 1월 20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재선 확정 후 불과 9일 만에 전 세계 최초로 전염병 관련 대국민 단독 연설을 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선포했다. 그리고 그 뒤를 미국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학원 방역학 박사인 천젠런 부총통과 타이베이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 출신 천스중 위생복리부장(보건복지부 장관) 등 전문성 있는 관료가 뒷받침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례는 대만 정부가 탕펑(오드리 탕) 디지털 정무위원(장관급)의 조율 아래 마스크 대란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사례다. 이를 우리나라 정부도 참고해 현재의 마스크 수급 제도를 마련한 뼈대가 됐다.
 

지난 7일 열린 대만 프로야구리그 경기 모습.[사진=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 막은 IT 소통"...마스크맵부터 예약구매까지

대만 정부는 지난 1월 31일부터 자국 생산 마스크 수출을 금지하고, 2월 6일부터는 마스크 실명제를 실시했다. 신분증 번호 끝자리(홀수·짝수)에 따라 사람이 몰리는 것을 방지했다.

이를 통해 비교적 원활하게 마스크를 공급했지만,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선 마스크를 사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서야 하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했다.

앞서 행정원에 '마스크 실명제' 시행을 건의했던 탕 장관은 '마스크 구매 지도(마스크 맵)' 사이트를 만들었다. 마스크 맵은 마스크 판매처인 약국 위치와 보유 수량은 물론 영업시간, 주소, 전화번호 등 세세한 정보까지 알 수 있어 국민 혼란을 막았다. 50여개 사이트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비롯한 20여개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탕 장관의 조율을 통해 대만 정부는 3월 12일부터 'e마스크 예약구매 시스템'도 가동했다. 신분증 번호 끝자리(홀수·짝수)와 상관없이 구매가 가능할 뿐 아니라 판매처 이분화를 이뤄내 수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온라인 예약 구매 마스크는 약국이 아닌 소비자가 정한 편의점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출처=유튜브/SCMP]

이 과정에서 탕 장관은 정부 부처 조율과 동시에 민간 프로그래머들과도 협업했다.

탕 장관은 지난 1월 말 마스크 대란 때 정부의 일괄 구매·배분을 위해 편의점 마스크 지도를 처음 만든 프로그래머인 우잔웨이와 함께 공식 마스크맵을 만들었다. 마스크 실명제 관련 프로그램은 서버 과부하를 막기 위해 오픈소스를 공개했다. 그 결과 1주일여 만에 100여명의 프로그래머가 다수의 마스크 지도를 자체 제작해 인터넷에 공개함으로써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대만의 마스크 정책은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행정 효율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얻었고, 우리나라 방역 당국도 이를 적극적으로 참고했다.

현재 탕 장관은 온라인으로 생활필수품을 주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중이다.
 

대만 정부의 마스크맵 모습[사진=대만 정부 마스크맵]


◇"재미있고 상처 주지 않는 사회 혁신"...주목받는 소통 이념

오드리 탕 장관은 그 자체로 파격적인 인물이다. 2016년 당시 35세 나이로 대만 역사상 최연소 장관으로 임명됐고, 해커 출신이자 최초의 트랜스젠더 장관이다. 그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14세에 독학으로 프로그래밍과 코딩을 깨우친 뒤 16세엔 스타트업을 창업했으며, 10대 후반부터는 애플, 벤큐 등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지난 2014년 대만에서 민주주의 확산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사회운동이 퍼지던 때 귀국해 합류했다. 그의 신념은 '디지털 민주주의'를 통한 사회혁신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부가 가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사회적·정치적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월 우리나라에 방문했을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혁신은 재미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누구도 상처 주지 않고, 나도 지치지 않을 수 있어요. 물론, 효과적이기도 하죠"라며 자신의 신념을 설명하기도 했다.
 

독일 매체 DW와 인터뷰 중인 탕펑(오드리 탕) 디지털 정무위원.[사진=트위터]



최근 대만에서는 탕 장관의 이러한 소신과 가치관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탕 장관은 정부와 국민 간의 '쌍방 신뢰' 구축을 외쳐왔다. 탕 장관은 소속 부처가 없는 ‘무부처 디지털 특임 장관’으로서 기존 정부 부처에 속하지 않은 채 국방부 등 파견을 거부한 일부 부처를 제외한 21개 부처 출신 공무원과 팀을 이뤄 IT 협업을 통해 사회 혁신 정책을 만들고 있다.

국민 의견을 실시간으로 청취하고 정책을 설정하는 '거버넌스 테크(Governance Technology)' 시스템, 총통 배 디지털 해커톤, 시민이 정책에 대해 정부 관료와 직접 토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조인’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해 전 영국 노동당 당수인 제러미 코빈 의원은 “영국이 대만식 디지털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고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탕펑(오드리 탕) 디지털 정무위원.[사진=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