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K팝 창작 생태계 선순환이 목표"
2020-05-08 00:00
"뮤직카우를 통해 K팝 창작 생태계를 선순환시켜 더 좋은 음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의 목표다. 뮤직카우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주인이 되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음악 저작권료 공유 플랫폼이다. 뮤직카우는 이처럼 음악저작권을 투자상품으로 개발해 개인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개발, 주목받고 있다.
뮤직카우는 창작자에게 저작권의 일부를 양도받은 뒤 사용자들에게 옥션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한다. 저작권의 소유자가 되면 주식에서 배당을 받듯이 매월 돈을 받는다. 저작권료 가격은 뮤직카우가 특허출원한 음원 수익 예측·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정해진다.
뮤직카우가 창작자와 협의해 특정 노래의 저작권 일부를 사들인 후 이를 주식처럼 잘게 쪼개 경매에 부친다. 참여자들은 낙찰 가격에 따라 저작권 지분을 소유하고 향후 발생하는 저작권료 수익을 지분만큼 나눠 갖는다. 경매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업체와 원저작권자에게 절반씩 돌아간다. 보유한 저작권은 '유저마켓' 등을 통해 회원 간 재거래로 현금화할 수도 있다.
저작권 수익은 등록 뒤 다섯달부터 들어오게 되는데 처음에는 꽤 큰 금액이 입금되지만 6개월부터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초기보다는 낮지만 일정한 수익이 지속적으로 난다는 것을 알게되자 저작권이 안정자산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후 현재 뮤직카우의 공동대표인 김지수 금융전문가에게 저작권 분석을 의뢰했고 공동연구를 거쳐 2017년 서비스를 개발했다.
뮤직카우는 뮤직과 캐시카우의 합성어다. 음악저작권의 가치에 안정적인 수익이 더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2017년 출발 당시에는 '뮤지코인'이란 사명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최근 사명을 변경했다. 창업 3년차에 매출 50억원, 회원 6만5000명을 확보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뮤직카우의 저작권(IP) 거래는 유일무이한 사업모델이다보니 성공 가능성이 큰 만큼 초기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이 서비스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저작권자들의 협조를 얻기가 어려웠던 것. 저작권자들에게서 저작권을 사들여야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데 자신들의 저작권을 내놓으려는 작사, 작곡가들이 많지 않았다.
정 대표는 "IP금융의 관건은 경쟁력있는 IP를 확보하는 것이죠. 사업 초기 저작권 거래라는 낯선 개념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창작자들이 적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단옆차기, 박근태, 신사동호랭이 등 유명작곡가들의 경매가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IP확보가 쉬워졌습니다"고 전했다. 이어 "창작자들로서는 우리 플랫폼을 이용해 저작권의 일부를 매각하고 한번에 목돈을 얻을 수 있고 경매수익도 추가로 거둘 수 있죠.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수에게 직접 투자하고 만족감과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상호간 윈윈하는 모델인 셈입니다"고 덧붙였다.
국내 K팝 시장은 '방탄소년단' 등의 인기로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직접 정 대표가 들여다본 이면은 상당히 열악했다. 더욱이 국내 저작권료 시장은 일본, 미국 등에 비해 더욱 열악했다. K팝이 아무리 대세라도 이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활동하지 못한다면 더 좋은 곡이 탄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음원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질테고 얽혀있는 각종 이해관계로 저작권료 시장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란 쉽지 않은 일. 이에 뮤직카우 서비스로 경매 가치가 오르면 50%를 창작자에게 지급해줄 수 있으니 창작자들의 보다 나은 수익 개선이 가능하다.
나아가 뮤직카우는 저작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매주 인기 곡의 저작권 공유와 게릴라 이벤트 곡 이외에도 국내 대표 작곡가 박근태, 이동원, 이단옆차기와 '베터 뮤직 에코 시스템(Better MUSIC Ecosystem)'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저작권자와 이용자가 함께 하는 살롱데이트를 뮤직카우 사옥에서 정기적으로 진행, 음악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가교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 같은 뮤직카우의 새로운 서비스에 투자업계도 주목했다. 뮤직카우는 지난 3월 LB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마이다스동아인베스트먼트, 아톤 등으로부터 70억원(시리즈B)의 투자를 유치했다. 뮤직카우는 유치된 투자금을 새로운 IP를 확보하는 데 활용하는 한편 일본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반을 닦는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투자금으로 K팝 생태계 선순환을 넘어 IP금융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드는 혁신플랫폼으로 도약하게 할 방침입니다. 저작권 펀딩을 통해 사업영역을 넓히고 글로벌로 활로를 확장하는 등 아직 할일이 많아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 닷컴 붐을 이끈 창업자 '여성 CEO'의 모델
또 정 대표는 "이 서비스는 팬들을 위해서도 정말 필요한 모델이에요.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스타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사랑하는 스타의 곡을 직접 소유하면서 경험을 나누고 또 그 스타에게 내가 투자한 금액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멋진 일이 또 있을까요? 여기에 더해 팬들도 투자한 돈이 수익으로 돌아오니 모두가 행복해지는 서비스죠"라고 강조했다.
스타의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 인형 등 소위 '굿즈'를 사는 것도 좋지만 스타가 직접 부른 노래를 내가 소유한다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 뮤직카우를 통해 창작자뿐 아니라 일반인 누구라도 저작권을 소유한다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뮤직카우만이 가진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사랑하는 스타의 곡을 직접 소유한다는 이 신박한 생각을 어떻게 서비스로 이어지게 했을까? 뮤직카우 서비스 탄생의 이면에는 정현경 대표의 다양한 경험이 녹아있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는 지난 2000년 초반 닷컴 붐을 이끈 창업자 중 한명이다. 1999년 온라인 교육업체 중앙ICS를 세우고 정부, 공공기관의 원격교육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했다. 자랑스러운 여성기업인상에 이어 정보통신부, 미래과학부 장관상 등 장관상만 6차례 받는 등 정 대표 개인의 이력도 상당히 화려하다.
정 대표는 "감사하게도 여성기업인으로서 열심히 노력해 온 바를 인정받아 세월이 지나고 보니 장관상 수상 등 타이틀도 가지게 됐죠. 지나고 보니 그간 쌓은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더라고요. 그동안 사업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이 여러 분야를 융합하고 도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화와 IT, 금융 등 세 가지 분야가 융합된 형태의 서비스가 향후 미래 아이템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라며 "4차산업혁명이 화두인데 제가 생각하는 미래 사회의 전망은 '익숙한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죠. 그러려면 하나가 아닌 성장 가능한 산업들과 융합해야하는데 문화적인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K팝 시장에서 아티스트, 팬들이 함께 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죠. 융합을 통해 모두가 윈윈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향후 정 대표의 가장 큰 소망은 '국내 음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앞단에 뮤직카우가 서있기를 희망한다.
"팬과 창작자, 소비자, 투자자 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서비스가 전 세계 팬들을 하나로 이어줄 수 있는 그날까지요."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이사 프로필>
△사우스캘리포니아대 경영학과 학사
△서강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와세다대 비즈니스 스쿨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KAIST ATM(정보통신미디어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연세대 IT-CEO과정 수료
△전 중앙ICS 대표이사, 서울여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겸임교수
△현 뮤직카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