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업계도 피하지 못한 '코로나19 불황'

2020-05-06 15:02

코로나 19로 인한 불황이 변호사업계에까지 미치고 있다. 사건 수임이 뚝 떨어졌다는 아우성이 서초동 법조타운 곳곳에서 들린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올해 4~5월 두 달치 회비를 면제하기로 했다. 전 회원 대상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최근 회원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회원들의 힘든 상황에 도움이 되고자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법원이 한달간 휴정에 들어갔던 것이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24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법원에 휴정을 권고했다. 이 휴정 권고는 한차례 연장돼 지난 3월 20일까지 이어졌다.

현재는 코로나 휴정도 끝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돼 법원 재판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휴정이 끝났음에도 업계의 불황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 A씨는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3월부터 인터넷 등을 통한 홍보를 시작했다”며 “3월에는 수임이 좀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4월부터 수임이 급격하게 줄어 홍보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변호사들의 이직시장도 얼어붙었다. 공공기관 소속으로 일을 하고 있는 변호사 B씨는 최근 기업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으로 이직을 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일감이 줄면서 로펌 측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직이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해당 로펌의 일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관련 이슈가 지나 봐야 거취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예율)은 “아직 3~4월 실증적 통계가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로펌에서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는 “코로나19로 인해 감소한 사건 수임으로 변호사 사무실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변협이 이번 전국회원의 회비를 면제한 것도 법조현장의 경제 위기를 반영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전반에 걸쳐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경기는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법조계도 예외는 아니다”라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한파가 초래한 법률수요의 급감은 향후 코로나19 퇴치와 함께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형 로펌의 경우에는 비교적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로펌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가 아직은 몇 달 수준으로 짧게 진행된 상황”이라며 “고객과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는 있었지만 아직 수임이 줄었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악영향 말고도 법조인 수가 늘어나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변협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변호사는 2만7979명으로 이번에 시험에 합격한 1768명을 합치면 약 3만명이다. 2011년 1월 기준 등록된 변호사 1만1828명에서 약 2.5배 늘어난 수치다.

반면 사법연감에 따른 사건수는 해마다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며 유의미한 증가를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변협은 지난달 24일 성명서를 통해 법률시장의 수급상황, 로스쿨의 취지에 맞지 않는 다양하지 못한 교육 등을 예로 들며 합격자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변호사들이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로 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어 법률 시장은 한정적인 반면 변호사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변협은 “로스쿨에서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인 개선 없이 합격자만 늘어날 경우 국민이 피해를 보고 변호사들도 고통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