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청와대 향해 쓴소리…"탈북민 당선자 겨냥 과도한 마녀사냥 멈춰야"

2020-05-05 12:42
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SNS에 태영호·지성호 비난한 청와대 비판
"靑, 하노이 노딜도 예측 못해…과도한 마녀사냥, 부메랑 될 수 있어"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를 내 주목을 받는다.

최근 청와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둘러싼 가짜뉴스 확산과 함께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인 태영호(미래통합당 강남갑·태구민)·지성호(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을 비난한 것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3일 태 당선인과 지 당선인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언급한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을 향해 “깨끗하게 사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도 근거 없는 주장을 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천 전 수석은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들이 김 위원장의 신변에 대해 함부로 언급한 것을 두고 경솔한 행동이자 공인으로서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청와대가 직접 나서 이들은 비난한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 당선인과 지 당선인을 향해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많은 질문 공세에 시달리더라도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이들이 다시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재갈을 물리겠다는 자세로 청와대까지 비난에 나설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천 전 수석은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들이 김 위원장의 신상에 대해 국민보다 더 잘 알 수 없는데도, 더 잘 알 것이라는 일반적 추측만으로 억울한 비난에 시달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최고위층에서도 알기 힘든 김 위원장의 신상을 남측에 있는 탈북자들이 알 수 없는데도, 탈북민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김 위원장의 신상을 더 잘 알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뜻이다.

천 전 수석은 “이들(태영호·지성호)도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다른 국민은 틀려도 문제가 없지만, 이들은 절대 틀리면 안 된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며 “이들이 베팅을 잘못한 것은 CNN이나 로이터통신이 근거 없는 낭설을 믿고 잘못 베팅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보기관에서 국록을 받으며 수십 년간 정보 분석과 판단을 전문적으로 해온 정보기관의 전직 간부들도 헛짚는 것을 탈북자 출신이 틀렸다고 호들갑을 떨 일인가”라고도 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사진=남궁진웅 기자]


천 전 수석은 “정부로서는 김정은 유고를 뒷받침할 신뢰성 있는 정보가 전혀 없고 근거 없는 소문만 무성한 상태에서는 신상에 변고가 없는 쪽에 베팅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재하다거나 수술도 받은 적이 없다고 확인해주는 것은 정부의 정보 능력을 벗어날 뿐 아니라 틀릴 경우 정부의 신뢰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라며 “김정은에게 정말 변고가 생겨도 특이 동향은 있을 수 없고 북한이 발표하기 전에 정부가 인지할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때도 이번과 같이 김정은이 건재하다는데 베팅한다면 정부의 정보실패는 감출 방법이 없어진다. 아무리 많은 정보자산을 보유한 정보대국도 필요한 정보를 제때 수집하기는 어렵고 정보실패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천 전 수석은 ‘하노이 노딜’ 사례를 언급하며 “개인의 정보실패를 추궁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필연적으로 겪게 될 정부의 정보실패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천 전 수석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만 포기하겠다고 하면 회담을 결렬시킨다는 입장을 사전에 결정했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한반도의 미래와 직결된 동맹국의 동향조차 까마득히 모르고 축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하노이 북미 회담은 ‘노딜’로 끝이 났고, 남북관계도 이때부터 급속도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대해 천 전 수석은 “이게 태영호 당선자가 헛짚은 것보다 가벼운 정보 실패라 할 수 있을까”라며 “탈북자 출신 당선자를 겨냥한 과도한 마녀사냥은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하고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