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긴급진단-르포] "IMF 외환위기·사스·메르스도 이 정돈 아냐…30년 만에 최악"

2020-05-04 08:00
얼어붙은 쇼핑 1번지 명동…종로·강남도 발길 '뚝'
"코로나19 이전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

"말도 마세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스, 메르스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쇼핑 1번지 명동도 얼어붙었다. 황금연휴를 맞은 내국인 쇼핑객들은 조금씩 쇼핑에 나섰으나, 상권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통행이 어려울 만큼 즐비하게 늘어섰던 노점상은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고, 거리를 울리던 여행용 가방 바퀴 소리는 온데간데없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 고객층인 화장품 로드숍들은 목 좋은 곳에 위치함에도 '임시휴업' 안내판을 내걸고 있었다.

30년째 대를 이어 분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0대·여)는 "2개월간 문을 닫다가 5월 황금연휴라서 좀 괜찮아질까 싶어서 문을 열었는데 인건비는커녕 재료비도 안 나오게 생겼다"며 "이쪽 골목 보면 다 문을 닫았다. 외국인은 안 오고 내국인도 안 먹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명동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 중 하나는 환전소다. 외국인 관광객이 발길이 끊기고 내국인의 해외 출국도 줄어들며 대다수는 인건비라도 아끼기 위해 문을 닫은 상태다.

환전소를 운영하는 양모씨(47·남)는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인데 요즘은 하루에 내국인 손님 1~2명만 온다. 코로나19 초기에 대부분 환전을 마쳐서 요즘은 그마저도 오지 않는다"면서 "6월은 돼야 조금씩 풀릴 것 같은데 임대료는 계속 나가니 그때까지 어떻게든 버티자고 가게에 나와있다"고 말했다.
 

곳곳에 폐업한 점포가 보이는 명동 거리. [사진=오수연 기자]

대기업 본사들이 위치해 직장인 유동 인구가 많고, 인근에 경복궁·청계천 등 관광 명소가 많아 일반 시민도 많이 오고가는 종로도 다를 바 없었다. 곳곳에서 '임대' 현수막을 내걸거나 문이 굳게 닫힌 가게가 보였다.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소비가 회복될 거란 기대감은 있지만 어느 곳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해 가게를 버리고 몰래 야반도주했다는 소문도 돈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종로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9·여)는 "코로나19 이전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부에서 방역 조치를 굉장히 잘하나 이제 문화가 달라졌다. 얼마 전 단골이 왔는데 재택근무를 하다 왔다며 정장이 아닌 트레이닝복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인사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새벽까지 마시지 않고 10시, 11시에 다 돌아간다더라"며 "서울시에서 임대료, 전기세 등을 인하해줬는데 당시엔 숨통이 트였으나 지금은 그럼에도 버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진 않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시름에 잠겼다.

근처에서 2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모씨(68·남)는 최근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그는 "장사가 안돼도 인건비, 임대료는 계속 나가는데 당장 몇 개월 장사가 안된다고 사람을 내보낼 수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에서 정책자금을 지원해주지만 몇천만원 규모로는 힘들다. 지원 폭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피스 상권인 강남도 마찬가지다. 직장인들의 점심과 저녁 회식에 기대며 영업했으나, 재택근무가 늘며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재택근무 문화가 확산했고, 사무실로 돌아오더라도 회식 자제 풍조가 퍼지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삼성역 인근 음식점 상인은 "2월부터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점심 장사는 안되고 저녁은 더 어렵다. 예전에는 줄 서서 먹던 식당인데 요즘은 점심시간에 한 블록도 다 차지 않는다"면서 "그 와중에 임대료, 세금, 인건비는 그대로 나가니 인건비라도 줄이겠다고 발을 다친 남편까지 나와서 거들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