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처벌 수위 오르나”...대법,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논의 착수

2020-04-30 14:14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n번방 사건'으로 성 착취 동영상 범죄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경각심이 높아진 점을 고려한 것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형위 소속 전문위원들은 지난 6일 열린 회의에서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11조 1항) 범죄의 경우 양형기준의 기본영역으로 징역 4~8년을 권고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향후 양형기준이 높아질 경우, 그만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바뀌기 때문에 소급적용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법리적 문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형벌에 대한 법 규정은 소급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형벌 불소급의 원칙은 헌법 제13조 1항과 형법 1조에 규정돼 있다. 나중에 법이 바뀌더라도 범죄행위 시에 적용되던 법으로 처벌한다는 것이다.

양형기준은 법률이 아니라 법관에게 제시되는 판단기준이어서 형벌불소급의 원칙이 직접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양형기준도 원칙적으로 '기소 시점의 양형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양형위 홈페이지에도 “형사재판 진행 중에 양형기준이 변경되면 공소제기 시의 양형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기소 이후에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바뀐 양형기준이라도 재판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양형기준’이 적용되기 전 공소가 제기된 범죄에 대해서 재판부가 바뀐 양형기준을 참고해 양형을 정해,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 소급적용해 불리하게 판결했더라도 위법이 아니라는 게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양형기준은 법관의 참고사안일 뿐 법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양형위의 기준은 지침이나 권고에 해당해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법률의 소급적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의 경우라면 (재판부가) 양형위원회가 권고한 적용범위에 따라 바뀌기 전 양형기준을 적용해 판단할 것 같다”면서도 “n번방 사건처럼 전 국민의 지탄을 받는 사안에 대해서는 바뀐 양형기준에 따라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형위는 전문위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최종 양형기준안을 정할 예정이다. 추가 논의를 통해 오는 18일 다시 회의를 열어 초안을 내놓기로 했다.

전문위원들은 감경 영역의 경우 '징역 2년 6개월~6년', 가중 영역의 상한은 '징역 13년'으로 권고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추가로 가중영역 상한을 징역 13년으로 권고하지만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등 특별한 조건일 경우엔 상한을 넘는 형량이 선고되도록 하는 방안 등도 논의했다.

앞서 해당 범죄의 법정형은 징역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이지만, 너무 폭이 넓고 양형기준이 없다 보니 그간 선고형량은 재판부에 따라 들쑥날쑥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또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솜방망이 판결'이라는 점도 논란이 됐다. 전문위원들이 2014~2018년 해당 법과 관련해 선고 형량을 분석한 결과 평균 형량은 법정형 하한(징역 5년)의 절반인 징역 2년 6개월로 나타났다.

[사진=대법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