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 VS 원유투자 개미 소송전 예고

2020-04-29 05:00
원유선물 가격 하락에 ETF 운용방식 긴급 변경한 삼성운용


삼성자산운용이 원유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운용방식을 변경하며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펀드 자산을 방어하기 위해 운용 방식을 바꿨다고 해명했지만, 투자자들은 상품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2일 ‘KODEX WTI원유선물' ETF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의 비중을 80%에서 30% 수준으로 줄이고 7·8·9월물에 분산투자했다. 회사는 변경 배경에 대해 "5월물 WTI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내려가고 6월물 가격도 장중 6달러 수준까지 하락하자 투자자분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펀드가 보유한 선물 계약의 가치가 증거금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생기자 펀드의 정상적 운용을 위해 분산 투자 형태로 구성을 바꿨다는 것이다.

유가 폭락장에 대처하기 위해 펀드 운용방식을 바꾼 것은 삼성자산운용만은 아니다. 미국 최대 원유 ETF인 USO 역시 최근 6월물 WTI를 비중을 줄인 데 이어 27일엔 6월물을 나흘에 걸쳐 모두 매도하겠다고 밝혔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지수(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도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산출방식을 6월물 100%에서 7월물 100%로 변경했다.

다만 투자자들은 운용 전략 변경으로 종목의 성격이 바뀌었는데 이를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최대한 유가 흐름을 비슷하게 추종하는 것을 기대하고 투자했는데, 운용사가 사전 고지 없이 자산 구성을 바꾸며 변경 전 상품을 매도할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운용 방식을 변경한다는 결정이 하루 만에 내려졌을 가능성은 낮다"며 "22일 장 중 삼성운용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은 사전 고지 없는 롤오버(자산교체)로 손실을 입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에 개설된 투자자모임에서도 "근월물만 포함한다고 해서 샀는데 사전에 공지도 없이 통상적 일정과는 다른 롤오버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USO의 경우 사전 고지 후 자산을 교체했다. 또한 롤오버 이후 23~24일 이틀간 실시간자산가치(iNAV) 반영이 늦어지며 피해가 커졌다는 원성도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규약상 문제가 없다면 불확실성에 대비해 회사 차원에서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조치였다고 본다"며 "다만 해당 상품이 근월물을 담는다는 점을 홍보 포인트로 삼았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향후 집단 소송 등을 통해 보상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소송을 통한 손실 보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약관 상 운용사 재량에 따른 변경이 가능한지 여부와 그 의도가 무엇인지가 주된 쟁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변경 자체엔 규약 상 문제가 없는 걸로 보이며 손실 규모 등에 대해서도 추산이 어려운 측면이 있어 소송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 인베스팅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