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재차관 "코로나19 계기로 위생·근무환경 대폭 개선되길"

2020-04-26 14:19
이주 노동자 확진 늘어나는 싱가포르 사례 언급 "약한 고리 드러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이번에 드러난 우리 안의 약한 고리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해법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 올린 글을 통해 "코로나 같은 위기는 예고 없이 갑작스레 오기 때문에 겸손과 만반의 대비가 최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차관은 싱가포르의 상황을 언급하며 "싱가포르는 인구가 570만명인 작은 도시국가인데 청소나 건설 현장, 가사 돌보기 등 힘들고 고단한 일은 140만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가 도맡아 한다"며 "동남아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열악한 집단거주시설에 모여 사는데 여기서 최근 하루 1000명 이상씩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싱가포르의 확진자는 1만2000명으로, 인구 대비로는 한국의 10배가 넘는 상황이다.

그는 "반면에 싱가포르 본토 시민들 기준 확진자 비율은 현저히 낮다"며 "휘황찬란한 국제도시가 가진 이중사회의 실상과 폐단이 이번에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는 각 나라가 가진 약한 고리를 어김없이 파고들고 드러내 준다"며 "우리도 콜센터, 요양원, 정신병원 등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 전반의 위생 수준과 근무 환경이 대폭 개선되길 바란다"며 "그냥 두면 최소 투입에 최대 회수를 목표로 하는 '투자의 법칙'이 작용해 열악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김 차관은 "콜센터 직원 간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고 위생과 청결 수준이 개선되려면, 돈은 더 들겠지만 국민 모두의 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로 보고 '생명의 기준'이 새로 도입돼야 한다"며 "개인이나 시설운영자가 전부 부담하기에 무리가 되면 공중보건을 위한 비용으로 간주하여 정부가 일정 부분을 보전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습격에 21세기 문명이 맥없이 멈춰서 있다. 위기를 맞아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며 "누군가는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칠 것이고 누군가는 요행을 바라며 가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사진=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