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등 현대차 임원, 4대그룹 최초 임금 20% 반납…"위기 극복 동참"

2020-04-20 17:51
- 재계 전반으로 추세 확산될지 주목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4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임금을 '무기한'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마비되고, 경제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파격적인 임금 삭감 '신호탄'을 쏘아 올린 만큼, 재계 전반으로 이 같은 추세가 확산될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 1200여명의 상무급 이상 임원들은 이날 임금 삭감 동의를 요하는 서류에 서명했다. 이달부터 월급 20%를 자발적으로 반납한다는 내용이다. 계열사별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했다. 반납 종료 시점 역시 계열사별 상황에 따라 추후 결정된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 수석부회장도 임금 반납에 동참해 회사의 위기상황 극복에 힘을 보탠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차·현대모비스로부터 51억89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단체로 임금을 반납하는 것은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 이후 4년 만이다. 당시엔 전 계열사 임원들이 임금 10%를 반납했었다. 이번 반납은 4년 전보다 규모가 더 커졌다.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 전 계열사가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대표 계열사인 현대·기아차는 현재 한국·중국을 제외한 대다수 해외 공장이 멈춰 있는 상태다.

지난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사태로 3개월째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판매량은 30만8503대(국내 7만2180대, 해외 23만6323대)로 지난해 동월 대비 20.9% 줄었다. 감소 폭으로만 보면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1월(-26.7%) 이후 최대치다.

현대차 등에 강판을 납품하는 현대제철 역시 작년 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서울 잠원동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해외 플랜트 사업 등이 거의 올스톱되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코로나19 종합 상황실'을 마련해 글로벌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각종 예산 지출을 최소화하는 등 비용 절감에도 나선다. 다만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와 기술개발 등은 차질없이 진행해 핵심 역량을 지속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