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보다 고용안정"…코로나19에 달라진 완성차 노조

2020-04-21 03:00
귀족 노조 현대차 "독일 임금동결 배우자"
쌍용차 올해 임금 동결…11년 무분규 타결
르노삼성·한국지엠도 지난해 임단협 마무리

지난 8일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투싼 등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사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생존이 불투명해지자, 임금인상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대신 경영정상화와 고용안정을 이루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특히 '강성 노동조합'으로 꼽히는 국내 완성차 노조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자동차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이 마비되며 수출이 급감한데다, 공장 가동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 임금 동결 가능성 시사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최근 잇달아 노사 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사측은 고용을 보장해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낸 소식지에선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몰려있는 독일 금속산업 노사의 위기협약 체결 내용을 소개하면서, 올해 '임금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독일 금속노조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고려해 올해 3월 말로 만료되는 임협의 유효 기간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사실상 임금동결이다. 

또 현대차 노조는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수출시장 붕괴로 인해 현대차의 유동성 위기를 전망한 내용도 함께 언급하며 회사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노사협의회를 준비 중이다. 이번주부터 기획실을 중심으로 위원회와 사업부별 안건을 접수받아 확대 운영위원회에서 올해 임금협상 안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이달 말 경영설명회를, 노사협의회는 다음달 초나 중순으로 잡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이 같은 기조 변화를 보이는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들이 잇달아 문을 닫으며 지난달 판매량이 30만8503대(국내 7만2180대, 해외 23만6323대)로 지난해 동월 대비 20.9% 줄었다. 감소 폭으로만 보면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1월(-26.7%) 이후 최대치다.
 

지난 17일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에서 열린 임·단협 조인식에서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오른쪽)와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이 임금 동결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안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사진=쌍용차 제공]

◆쌍용차, 11년 연속 무분규 타결 

쌍용자동차 노사는 지난 17일 경기 평택 공장에서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식'을 열고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완성차 업계 중 가장 빠르게 협상을 마무리하며 2010년 이후 11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로 인한 판매 감소에 더해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투자 철회까지 겹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최근 3년(2017~2019년) 동안 쌍용차는 누적 47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늘려왔다. 쌍용차 노사는 경영이 어려워지자 작년 9월 복지 중단·축소 등 경영쇄신 방안에 합의하고 12월 전 직원 임금·상여금 반납, 사무직 순환 안식년제(유급휴직) 시행 등 쇄신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그러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당초 예고했던 23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이달 초 철회하면서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마힌드라는 신규 투자 대신 쌍용차에 4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경영 정상화와 미래 투자를 위해선 부족한 규모다.

쌍용차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와 고용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안정적인 노사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합의를 이뤘다"며 "앞으로는 차질없이 자구안을 추진하고 판매 물량 증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GM) 노조도 수개월을 끌어왔던 2019년 임협을 지난 14일 마무리 지었다. 르노삼성은 지난 9월 상견례 이후 7개월 만에, 한국지엠은 작년 7월 이후 10개월 만에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양사는 숨 돌릴 틈 없이 올해 임단협에 돌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5월부터 완성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2020년 임단협 교섭에 들어간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업계 전체가 침체된 상황인 만큼 노사 간 화합을 통해 고용안정, 생산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