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부터 '하락 베팅'까지··· 투자법 다양해진 동학개미

2020-04-20 00:10
3월 중순부터 순매수 상위권에 인버스 ETF 등장
원유 레버리지 ETN·해외주식 매수 등 투자 다양화


저평가된 우량주 매수로 시작된 개인 투자자들의 '동학개미운동'은 이제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수 하락을 예측해 인버스 상품에 투자하거나, 아마존이나 테슬라 등 미국 증시의 대형주를 직접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개별 종목들뿐만 아니라 지수 흐름을 거꾸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이 시작된 지난달 12일 이후 지난 17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2위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차지했다. 코스피200지수가 하락하면 그 비율의 두배만큼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마찬가지로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인버스', 'KODEX 코스닥150선물'도 각각 순매수 8위와 9위에 올랐다.

개인투자자들은 증시가 반등 기미를 보이던 3월 중순 이후부터 이러한 인버스 상품에 투자했다. 3월 초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권 10위 내에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유일했지만, 같은 달 셋째주부터는 KODEX 인버스, KODEX 코스닥150선물 등 인버스 상품들이 속속 순매수 상위권에 등장했다. 다만 증시가 1800선을 유지하며 수익률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12일 이후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18.82% 하락했다. KODEX 인버스, KODEX 코스닥150선물도 각각 7.76%, 17.13% 떨어졌다.

인버스 ETF뿐만 아니라 원유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에 주목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늘었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반등을 노린 투자자들이 'KODEX WTI원유선물(H)' 등 유가 상승에 따라 수익을 얻는 ETN에 대거 몰린 것이다. 다만 유가가 여전히 20달러 아래를 맴돌며 인버스 ETF와 마찬가지로 성적은 좋지 못하다. KODEX WTI원유선물(H)의 경우 지난달 12일 이후 가격이 무려 35.36% 하락했다.

해외주식 투자 규모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탁원을 통한 외화증권 결제 금액은 665억8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량주에 투자한 '동학개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관심을 기울인 영향이다. 실제 미국 주식 투자 규모는 지난해 4분기(161억9000만 달러)보다 77.5% 늘어난 229억2000만 달러로, 해외 시장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은 테슬라(14억7000만 달러), 애플(11억5000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10억6000만 달러), 아마존(10억5000만 달러), 알파벳A(5억9000만 달러) 등 대형 IT 기업들로 나타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투자 경로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버스 ETF의 경우 증시가 상승하기 시작하자 오히려 추가 하락을 예측한 투자자들이 늘었을 수도 있고 위험관리 차원에서 사들인 수요도 있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증시가 항상 상승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수 하락을 예측한 투자도 나쁘게 볼 필요는 없으며, 해외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부상한 원유 레버리지 ETN의 경우 괴리율(지표 가치와 시장가격의 차이)이 크기 때문에 지나친 매수세는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원유 레버리지 ETN 상품들의 괴리율이 5거래일 연속 30%를 넘자 지난 16일, 17일 이틀 연속 거래정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유가가 상당히 낮아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유 ETN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며 "그러나 현재 관련 상품들의 괴리율이 많게는 70% 가까이 치솟아 있기 때문에 향후 가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