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빛나는 리더들] ②미래를 사는 두뇌, 빌 게이츠…'팬데믹 멘토' 부상

2020-04-14 16:22
5년전부터 바이러스 위험 지적…"더 많이 경고하지 못해 후회" 발언
거액 기부 등 코로나 종식 위해 노력…전염병 배후라는 음모론도 등장

"그때 더 많이 위험을 경고할 걸."

빌 게이츠가 최근 이런 후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찍부터 전염병이 닥치리란 걸 예견하고도 세계 지도자들에게 전염병에 앞서 미리 대책을 마련하도록 충분히 경고하지 못했다는 후회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게이츠가 이런 후회를 하는 건 적어도 5년 전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목숨을 앗아갈 '킬러'는 전쟁이 아닌 전염병이 되리라는 것을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 테드(TED) 강연에서 "만일 향후 몇십 년 안에 1000만명 이상을 사망에 이르게 할 계기가 있다면 그것은 전쟁보다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올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그가 경고한 1000만명에는 이르지 않지만 이미 28만명을 훌쩍 넘었다.

◆일찍이 코로나19 사태 예견한 게이츠...3억 달러 선뜻 기부

게이츠는 이런 후회를 만회하려는 듯 코로나19 사태에서 전면으로 나서 활약하고 있다. 각종 언론 인터뷰, 자신의 유튜브, 블로그 등 각종 채널을 통해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건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코로나19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엄격한 격리와 진단 역량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본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감염 여부를 빠르게 진단한 뒤 감염자를 철저히 격리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게이츠는 이런 면에서 한국을 코로나19 대응 모범국으로 거론해 왔으며, 지난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해 코로나19 사태 수습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금전적 지원도 막강하다. 그와 그의 아내가 세운 자선단체, 빌앤드멜리다게이츠재단을 통해 백신 개발을 위해 기부한 돈이 총 3억 달러(약 36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게이츠는 또 잠재적 백신이 개발된 뒤 대량 생산과 신속 승인 및 이용이 가능하도록 제약업계 경영진과 각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게이츠 입에 집중되는 시선..."백신 개발 최소 9개월~최장 2년"

빌 게이츠의 예언은 높은 적중률로 유명하다. "빌 게이츠의 육체는 현재를 살지만, 두뇌는 미래를 사는지 모른다(2017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술 공룡으로 키울 수 있었던 건 그가 미래를 누구보다 앞서 예측하고 누구보다 빨리 준비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1999년 그의 저서 '생각의 속도'에는 현재 우리 생활 속 현실이 된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인공지능 비서, 사물인터넷 등이 이미 설명돼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런 게이츠의 능력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가 유례없는 불확실성과 씨름하는 가운데 그의 입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게이츠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야 세계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유망한 백신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9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말 블로그 포스팅에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는 백신 개발에 18개월을 보고 있다. 나도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최소 9개월에서 최장 2년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세계 지배하려는 게이츠의 빅픽처" 음모론도 등장...유명세 톡톡

다국적 기술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 2008년 '쿨하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선사업가로 인생 2막을 연 억만장자. 세계 2대 부자이자 212만명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유튜버. 게이츠의 이런 유명세 때문인지 그의 활약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게이츠의 자선사업이 무자비한 자본가의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도, 게이츠가 친중설에 휘말린 세계보건기구(WHO)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을 두고 중국을 비호한다는 비난도 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음모론도 무성하다. 가장 유명한 건 게이츠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소문이다. 그렇지 않고는 그가 이런 바이러스를 어떻게 5년 전부터 내다봤겠느냐는 것이다. 그의 비범한 통찰력이 음모론의 근거로 쓰인 셈이다. 이 소문은 코로나19의 발원지로 거론되는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게이츠의 투자를 받았다는 음모론으로 이어졌다.

백신 반대론자들 사이에서는 게이츠가 전염병 백신 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을 두고 게이츠가 백신에 전자칩을 심어 세계를 지배하려고 한다는 음모론도 돌고 있다.

그러나 이런 비난과 음모론에도 게이츠는 보건과 교육을 개선해 전 세계 불평등을 줄이겠다는 사명을 묵묵히 실행하고 있다. 현재로선 코로나19 종식이 그의 최우선 순위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사진=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