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잡는 단타매매… 급등주·테마주 쏠림 현상 우려
2020-04-10 08:03
코로나19부터 바이오, 원유, 정치 테마주까지 변동성이 큰 종목을 매수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 지친 개미(개인투자자)들이 테마주에 편승해 단기차익을 노리기 위해서다. 여기서 급등주를 추격 매수하는 패턴을 보인다면 승산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월 주식회전율 상위권 코로나19 테마주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시가총액 회전율은 18.28%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6.44%)의 2.84배 수준이자 전월(10.45%)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시가총액 회전율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의 비율로, 이 수치가 커질수록 주식 거래가 활발했다는 것을 뜻한다.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회전율은 더 높았다. 전달 코스닥 시가총액 회전율은 93.55%를 기록했다. 거래대금이 시가총액의 90%를 넘어설 정도로 거래가 활발했다는 뜻이다.
시장의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투자자는 장기 거래를 꺼리고 소규모 단기 베팅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주주가 교체되는 '손바뀜'이 빈번하기 마련이다. 손바뀜 정도는 일정 기간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주식회전율로 측정할 수 있는데 지난달 주식회전율 상위권에는 코로나19 테마주가 다수 포진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주식회전율을 보면 백신 개발업체인 진원생명과학이 1275.2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이슈가 있는 신풍제약(864.87%)과 마스크 관련주 국동(849.18%)이 뒤를 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온라인 교육주인 YBM넷(2310.00%)이 1위에 올랐다. 2위는 진단키트 업체인 랩지노믹스(1786.77%), 3위는 마스크 관련주인 웰크론(1647.62%)이었다.
◆단타매매 위주 투자문화 개선해야
테마주 현상이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단타매매 위주의 투자문화다. 단타매매는 개인투자자들이 활발하게 이용하는 매매전략을 일컫는다. 기관투자자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단타매매 전략을 구사하지만 자산운용·리스크 관리에 관한 내부규정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타매매의 비중이 개인투자자에 비해 낮은 편이다.
단타매매에서 중요한 점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이나 지속 가능성이 아니라 당장 내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느냐의 여부다. 단타매매 투자자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입각해서 투자판단을 내리지 않을 때가 많다. 도리어 수급상의 일시적인 불균형이나 시장의 비이성적인 반응에 의한 주가상승 가능성이 더 중요해진다.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처벌이 느슨한 것도 주 요인으로 꼽힌다. 테마주는 시장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가 급등락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세력이 부당이득을 목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국내의 경우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처벌수위가 해외에 비해 낮은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처벌을 통한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테마주라 불리는 종목에 투자해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는 상당히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정말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의 경우 손실을 본 상태에서 손절하고 나오는 게 대부분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