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엔터 최초 크라우드 펀딩 성공한 방현승 스타플레이스이엔티 대표

2020-04-10 00:00
스포츠·음반·공연 결합한 엔터 지향

"국내 최초란 타이틀은 낯설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너무 빨리 시작해서 문제였죠. 시기가 다가오기 전에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다보니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아요. 그럼 최초로 시작하지 않겠냐고요? 아니요. 오늘도 국내 최초, 세계 최초로 도전할 겁니다."

방현승 스타플레이스이엔티 대표(41)는 최근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다.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주당 3만원 주식형 크라우드 펀딩을 개시, 약 5556만원 목표금액을 성공적으로 달성해 지난 3월 20일 마감했다. 

"업계에서 오랜 기간 동안 경력을 쌓고 성공 경험을 갖춘 매니저·제작자·프로듀서 등이 포진한 스타플레이스이엔티 크라우드 펀딩은 그동안 폐쇄적이고 불확실한 투자처로 일반 투자자의 접근이 어려웠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새로운 투자처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엔터 업체와 크라우드 펀딩의 조합은 사실 상상하기 어려웠던 도전이죠."
 

방현승 대표 [사진= 스타플레이스이엔티 제공 ]

일반 연예기획사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걸어가고 있는 기업 스타플레이스이엔티는 2017년 연예 매니지먼트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콘텐츠 제작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자는 목표 하에 설립된 프로듀서 기반 회사다. K스타를 대거 배출한 전문 프로듀서들이 함께하고 있는 엔터 스타트업.

◆업계 최초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목표 금액 달성'

현재 스타플레이스이엔티는 배우 오현수·민서준·서은경 뮤지컬 배우 윤영석·장원령·이민재·김민주 바리톤 안갑성 가수 전근화·안솔희·미도·주은성 방송인 김다온 스포츠캐스터 임용수·해설위원 김정준 등 15명과 함께하고 있으며 2020년 새로운 아티스트 영입도 계획 중이다.

방현승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소액 주주들의 투자가 조금씩 늘어가는 것을 봤을 때 성공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왜 회사를 크라우드 펀딩에 올렸을까? 그는 스타트업 환경에서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성공할 수 있는 희박한 확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한다 해도 다른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나 제조업에 비해 인내해야하는 기간이 길어요. 신인을 발굴해서 투자·육성하는 기간에 초기투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죠."

방현승 대표[사진= 스타플레이스이엔티 제공]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투자에 부정적인 시각이 너무 많습니다. 정부에서 창업을 육성하겠다며 지원사업을 많이 펼치고 보조금도 주지만 엔터가 이 혜택을 받기는 어려워요. 제조업이나 IT에 비해 부가수입이 높은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엔터는 사각지대죠."
 
방 대표는 "연예인 키워서 돈 많이 버는 업체라는 부정적인 시각에 가려 투자를 받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시도지만 기업을 공개해 주식형 크라우드 펀딩을 하고 소액주주들에게 우리 기업가치를 평가받아보자고 생각했습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성공해야 우리같이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성장을 꿈꾸는 또 다른 회사가 진입할 수 있지 않겠어요? 다행히 전량 판매에 성공해 좋은 선례를 남긴 듯합니다. 업계 후배들에게 지속적으로 좋은 이정표를 남길 수 있도록 이 투자금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려야하는 숙제가 또 남았죠"라고 전했다. 

방현승 대표는 80년생, 올해 41살의 젊은 CEO다. 공연기획 아르바이트로 공연계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그는 콘서트 기획자, 영화 제작 매니지먼트 등 공연·음반 제작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7년 방현승 대표는 국내 최초의 힙합쇼 '비쇼'를 론칭했다. 힙합, 랩, 비제잉, 팝핀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어울러 만든 쇼로 당시 비쇼에 출연했던 래퍼는 사이먼 도미닉, 이센스, 프리픽스 등 지금은 모두 거물급이 된 그 분야 1인자들이다.

그는 "당시 너무 일찍 시작했다는 평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때 출연했던 친구들이 모두 스타가 된 것을 보면 우리가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할까요?"라며 웃었다. 

스타플레이스이엔티 아티스트들[사진= 스타플레이스이엔티 제공]

이후 ·방현승 대표는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방 대표는 "27살에 젊고 잘생긴 공연기획자로 유명해지며 20대를 화려하게 보냈지만 30대부터는 뭔가 제대로 된 기반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험영업을 시작했습니다"고 말했다.

1년차에 450건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보험왕에 오르고 부지점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지점장 승진을 눈앞에 둔 4년차에 보험회사를 박차고 나와 다시 엔터 업계로 돌아왔다. 

그는 "보험회사에서 부지점장으로 일하며 사람을 관리하는 법을 배웠어요. 엔터는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고 하는데 신인부터 대형 배우로 성장시켜 가는 과정을 예전보다 더욱 확신을 가지고 끌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서 현금의 흐름을 알게 됐고 지점 관리를 통해 매니지먼트의 기초를 다졌죠. 더 계속하다보면 조직이 원하는 일만 하게 될 것 같아서 이제 내가 원하는 일을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에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뉴미디어 콘텐츠 엔터 ··· 실력있는 아티스트 포진

방 대표는 "가수 한명 한명을 쫓아다니면서 하는 엔터가 아니라 회사가 콘텐츠를 보유하고 콘텐츠를 통해 인력을 매니지먼트하는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스타플레이스이엔티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이제 창업 2년차로 현재 15명의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구성이 다채로워 역시 다른 회사에서 좀 특이하게 보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스타플레이스이엔티에는 연기자, 뮤지컬 배우, 스포츠 야구 캐스터, 성악가 등 하나로 규정지어 말하기는 어려운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포진해 있어 스타플레이스이엔티가 어떤 회사냐고 묻는다면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러나 방현승 대표는 "뉴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회사니 이게 답이다"고 자신한다. 이어 "우리 회사 아티스트들이 현재 대중적으로 굉장히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인지도가 없는 것은 아니고 더더군다나 실력만큼은 업계 최고입니다. 포텐이 터지면 정말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며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방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 성공 등에 힘입어 올초 매출이 올라가려는 타이밍이었는데 각종 행사 및 공연들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2~3월을 망연자실한 상태로 보냈습니다.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다가 무기력에 빠져버렸죠"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위기는 기회다. 어렵다고 손놓고 있는 것은 방현승 대표의 스타일이 아니다. 방 대표는 코로나19를 역으로 활용해 '온라인예배패키지'를 기획, 판매에 나섰다. 방 대표는 "150명 이하 작은 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잖아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주고 간단한 장비로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치해드리고 운영 교육까지 해드리죠. 현재 몇개 교회에 계약을 체결했고 지속적으로 홍보 중입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여러 조짐들이 좋지 않지만 올해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꾸준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못한다는 말은 의미가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로 기회를 얻어야죠"라고 힘주어 말한다. 

스타플레이스이엔티는 작년 연말 촬영을 완료한 '어둠의 자식들' 웹 드라마를 론칭하고 후속편도 만들 예정이다. 전 세계인들이 다 아는 스토리에 넌버벌을 더한 힙합 '로미오와 줄리엣'도 론칭할 계획이다. 곧 돌아올 야구시즌에 LG유플러스와 뉴미디어 중계를 하기 위한 준비도 끝냈다. 

"스타플레이스이엔티라는 이름으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 배우 어디 소속이었는데 또 옮겼네? 하는 일 없이 우리 아티스트는 끝까지 우리와 함께하도록 지원할 수 있는,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회사로 키워나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