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1주기]한진그룹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코로나19 극복 과제
2020-04-08 07:59
국내 항공산업에 큰 획을 그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된 가운데 대한항공은 경영권 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사상 첫 주주 손에 밀려난 대기업 총수라는 불명예 속에 2대 회장을 떠나보낸 한진그룹은 여전히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1주기를 맞아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그룹 임원만 참석한 가운데 간단하게 추모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행사엔 조원태 회장과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참석한다. 반면 조 회장의 반대편에 섰던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사실상 '완승'을 거뒀지만, 조현아 연합(KCGI, 반도건설)이 여전히 한진칼 지분을 끌어모으며 '포스트 주총'에 대비하고 있어 경영권 다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 기준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9.36%로 뛰었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 지분 6.49%와 반도건설 지분 16.9%를 더하면 3자 연합 지분율은 총 42.75%가 된다. 향후도 꾸준히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각종 갑질 논란에 대한 처벌도 진행 중이다. 남편의 1주기 기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이날 이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내일(8일)이 남편 조양호 회장의 1주기인데 회장이 돌아가신 다음부터는 잠도 못 자고 빨리 죽어버리고 싶다는 나쁜 생각을 했다”며 “이런 사정을 가엾게 여겨 선처를 부탁드린다”며 복잡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총수 일가 전체는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 이어 2018년 차녀 조현민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까지 각종 불법·갑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라는 전례없는 위기가 찾아왔다. 대한항공은 물론 항공업계 전체가 생존위기에 내몰렸다.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 횟수가 90%가량 감소했고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공항에 세워져 있는 상황이다. 꽉 막힌 하늘길로 자칫하다간 문 닫을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심각해졌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3월 4주차 기준으로 전 세계 181개국의 한국발 입국금지·제한조치에 따라 국제선 여객은 96% 감소했고, 국내선 여객은 60%까지 하락했다. 국적사 여객기 374대 중 324대(86.6%)는 쉬고 있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위기가 지난달부터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상반기 내 종식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이달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전체 인력의 70%가량 직원 휴업을 실시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달부터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반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