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고 막 데려오지 마세요"....반려동물관리비 매년 '오름세'
2020-04-06 16:04
2005년부터 11년 연속 상승하다 지난해 하락...지자체 지원금 탓
반려동물 시장 고급화 전략과 서비스 다양화로 인해 가격 상승
반려동물 병원비 가장 큰 부담...'애완동물' 표현 시정 필요성도
반려동물 시장 고급화 전략과 서비스 다양화로 인해 가격 상승
반려동물 병원비 가장 큰 부담...'애완동물' 표현 시정 필요성도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 빈말이 아니다. 반려동물 건강 관련 물가가 매년 상승 추세다.
6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중 애완동물관리비(2015년=100)는 △1월 107.04 △2월 107.77 △3월 108.20으로 올해 들어 증가세를 보였다.
2005년 소비자물가지수 100을 기준으로 물가의 높고 낮은 정도를 파악한다. 예를 들어 3월 애완동물관리비 물가지수가 108.20이라는 것은 기준연도인 2005년과 동일한 품질의 상품·서비스를 같은 양으로 소비한다고 가정할 때 예상하는 총비용이 8.2% 상승했다는 것을 뜻한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애완동물관리비에는 반려동물의 건강 유지를 위한 접종비·미용비 등 건강·치료 등을 포함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반려동물과 관련해 세부적으로 항목을 정해 매달 가격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조사하는지에 대한 세부 규격은 외부에 말할 수 없지만 건강 관리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꾸준히 상승하던 애완동물관리비 물가가 지난해 4~7월 떨어진 것은 지방자치단체들 때문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작년에는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반려동물을 등록할 때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선택하면 가격을 할인해줬다"며 "이 영향으로 물가가 떨어졌다"고 해석했다.
애완동물관리비 물가지수를 월 단위로 보면 중간중간 떨어지거나 보합세를 보이긴 하지만, 소폭에 그쳤다. 특히 2009년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7.8%로 높았고, 2011년에도 6.5%나 뛰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선 병원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병원에 가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다. 사람과 달리 정해진 가격 기준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고 병원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과잉 진료도 매년 논란이 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2018 반려동물보고서'를 봐도, 반려견 월평균 양육비는 2013년 11만4000원에서 2018년 12만8000원으로 10%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반려동물 관련 물가 상승은 현실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 중 25.1%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약 1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반려동물은 더는 인간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자식이 없거나 낳지 않는 '딩크족'뿐 아니라 비혼족과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 반려동물이 함께 한다. 사람의 말을 사용하지 않지만, 삶의 동반자다.
통계청도 이를 반영해 애완동물용품 가중치를 2015년 1.5에서 2017년 1.9로, 애완동물관리비는 1.0에서 1.2로 각각 0.2%포인트 높였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우유, 전·월세, 교통, 금융수수료 등 460개 품목은 제각기 다른 가중치를 갖고 있다. 총합이 1000이 되도록 설계한 가중치는 그 품목이 소비자의 지출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보여준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항목 명칭인 '애완동물용품', '애완동물관리비'를 반려동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완의 '완'은 희롱할 완(玩)이다. 여기에는 깔보다, 업신여기다, 얕보다, 장난감 같은 뜻이 담겨 있다. 완구할 때 '완'이 바로 이 희롱할 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