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화학업계, 감산 속 미래사업 투자

2020-04-06 08:00
미·중무역갈등 이어 코로나19 겹치면서 글로벌 다운사이클 길어져
범용제품 탈피해 고부가가치·신성장 동력 사업 찾으며 투자 확대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글로벌 수요부진에 의한 가동률 조정 상황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범용제품 위주에 머물렀던 포트폴리오를 탈피해 생산제품을 다각화하고 고부가 가치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종합화학, SKC 등은 코로나19에 의한 매출 축소와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먼저 LG화학은 코로나19 사태와 유가 하락으로 전기차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유럽 전기차 시장의 전진기지인 폴란드 배터리 공장의 증설 작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최소 2~3년간 증설과 투자가 진행돼야 수주물량을 맞출 수 있는 데다 향후 전기차 수요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현재 투자를 멈춰선 안 된다는 판단이다.

SK종합화학은 고부가 화학제품을 만드는 회사로의 전환을 위해 범용 화학제품 생산 비중을 줄인다. 이를 위해 48년 만에 울산 나프타분해공정인 NCC 공정과 합성 고무제조공정인 EPDM 공정을 가동 중단하기로 했다.

SKC는 최근 SKC코오롱PI 지분 매각을 완료한 데 이어 쿠웨이트 PIC와 화학사업 부문 합작사 설립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1조원이 넘는 투자 여력을 확보했으며 이 자금을 활용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한편 차세대 배터리 소재, 기술 등 모빌리티 사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포스코케미칼은 내화물제조정비와 라임케미칼 등 제철‧제강 산업에 더해 이차전지소재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인조흑연계 음극재 국산화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2177억원을 투자한다. 연산 1만6000톤 규모의 인조흑연계 음극재 생산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석화 업계가 포트폴리오 혁신에 나선 것은 중국발 신증설과 유가변동에 따른 수익성 하락 상황에서 범용제품의 한계를 크게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외국 기업보다 저가 원료 기반의 생산제품 비중이 높아 큰 변동성을 겪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제품군에 쏠려있던 제품군일수록 글로벌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글로벌 동조 현상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최근 길어진 다운사이클이 포트폴리오 변화를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부가가치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