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장 '제주 유학생 모녀 선의의 피해' 발언에… 강한 후폭풍
2020-03-28 15:43
제주 여행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미국 유학생 모녀가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힌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강남구청 페이스북의 관련 게시물에는 28일 수백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진짜 선의의 피해자는 제주도민'이라며 정 구청장의 발언에 대한 반발의견도 나온다.
누리꾼 A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손녀를 보고 싶은 할머니도 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있다"며 "이런 시국에 학업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와이로 여행 가려고 했다가 못 가게 되자 제주도로 여행 갔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요즘 시기 유학생의 2주간 격리는 상식"이라며 "작은 증상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관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학생 A씨는 지난 15일 국내 입국해 5일 후인 20일 어머니와 함께 제주 여행을 떠났다. 정 구청장에 설명에 의하면 강남구에서 재난문자로 자가격리를 당부하기 전에 미국 유학생 A씨의 입국과 A씨 모녀의 제주여행 일정이 있었다.
앞서 정 구청장은 지난 27일 "지금 이들 모녀에 대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또 제주도에 손배소 제기 방침이 알려지면서 현재 치료에 전념해야 될 이들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제주도의 고충이라든지 또 제주도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이들 모녀도 이번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라고 했다.
그는 "이들 모녀가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면 바람직하지 않았냐 하는 아쉬움, 또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다"며 "하지만 현재 쏟아지는 비난이나 제주도의 손배소 제기 등은 이들 모녀가 겪은 상황이나 제주도 상황에 대한 오해나 이해 부족에 따른 것이 아니냐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도 보건당국은 코로나19가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유학생이 귀국 후 단 5일 만에 제주여행을 한 점, 조금이나마 증상이 있는데도 제주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 하지 않은 점 등을 두고 방역상 '최악의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제주도는 "유학생 딸이 제주도 입도 첫날인 20일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및 인후통을 느꼈고, 23일 오전에는 숙소 인근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유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가 있었다"며 이들 모녀에 대해 '미필적 고의' 등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며 형사적 책임도 묻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들 모녀는 미국 유학생 A(19세, 강남구 21번 확진자) 양과 어머니 B(52세, 강남구 26번 확진자) 씨다. 이들은 다른 동행자 2명과 함께 20일부터 24일까지 제주도 여행을 했으며, 서울로 돌아온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두 사람 다 확진됐다.
한편 미국 유학생 모녀의 행동에 대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각심을 줄 필요는 있지만, 손해배상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