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어헤쳐] ① 스타트업, 5년 이상 살아남기 '막막'

2020-03-26 08:00
스타트업 창업 장려에서 '스케일업'으로 전환 필요

[제공=한국정보화진흥원]


지난해 신설 스타트업 법인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5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의 비중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요 지표인 '고성장 기업'의 비중은 6%대에 그쳤다. 고성장 기업은 단시간에 매출·직원 수 등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기업을 뜻한다.

국내 스타트업 중 고성장 기업 비율은 6.5%로 영국(12.9%), 이스라엘(11.4%)보다 낮았다. 특히 5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의 비율은 27% 수준으로 프랑스(44.3%), 영국(41.1%) 등보다 훨씬 떨어졌다.

스타트업 창업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규모 확장이나 지속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김규리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투자시장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고,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등 생태계 성장에 어려움이 있다"며 "벤처캐피탈(VC) 시장이 정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예비창업이나 초기 단계 기업에만 지원이 몰린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VC 시장의 정부 자금 의존도는 62%로 미국(17%), 영국(24%), 프랑스(45%), 일본(36%)보다 높다. 창업 지원 관련 정부 사업 예산도 예비창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몰린다. 중장기적인 성장 지원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스타트업 창업 장려에서 고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스케일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케일업은 고용인력이 10명 이상이면서 매출 또는 고용이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성장하는 기업을 말한다.

미국, 영국, 중국 등은 스케일업에 초점을 맞춘 정책 지원을 시행 중이다. 일례로 영국의 경우 5개 민간은행이 만든 성장 자본 공급 기관(BGF) 등이 스케일업을 위해 직·간접적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벤처투자은행, 기업벤처캐피탈(CVC), 엑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주체의 투자 참여를 보장하고, 활발한 회수시장이 민간 주도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창업 초기에 자금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제품·서비스 양산 이후에는 수익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힌다"며 "우리 정부 정책도 창업 이후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스케일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