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자가격리 위반땐 '벌금폭탄'...철벽방어 모범 대만

2020-03-26 01:00
‘전염병방지법’ 벌금액 상향… ‘과실’ 감염자 페널티 ‘초강수
해외 역유입 사례 급증..."확진자 실명 공개" 엄포도
대만 경제 충격 불가피..."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못 미칠 듯"

"대만에 와 보니 왜 대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 지역'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다. 전체적으로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이 투명하고 철저해 마음이 놓였다."

대만에서 근무하는 이모씨가 최근 기자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한 말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을 출발해 대만 가오슝(高雄) 샤오강 공항에 도착한 이씨는 14일간 자가격리 기간을 거쳤다며 그간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대만 자가건강상태 체크표. [사진=가오슝시 한국 직장인 제공]

◆코로나19 확산 방지 위한 엄격한 제도 시행··· 자가격리 위반자에 '벌금폭탄'

입경 과정에서부터 격리 조치는 매우 철저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곧장 이마 열 체크용 온도계로 발열 상태를 확인했다며 "기내에서 발열·기침 등 호흡기 증상 유무를 표시한 자가건강상태 체크표 2장을 건네받았다"고 말했다. 자가건강상태 체크표에는 1일 차부터 14일 차까지 열·기침 등 관련 증상이 있는지 체크하는 공란이 있고, 뒷면에는 지침을 어길 시 벌금형과 관련된 주의사항이 쓰여 있었다.

그는 "한국 등 위험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전용 구역에서 추가 대면 절차를 거쳤다"며 "입경자들은 화장실을 제외한 다른 장소 출입이 일절 금지된 채 방역 택시가 대기 중인 승강장으로 곧장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이라고 차별하지는 않았지만, 다소 조심하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자가격리 기간은 입경 2일 차부터 계산됐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3일 차가 되면 관할 파출소에서 담당자가 집을 방문한다. 외출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이후 네이버 메신저인 라인을 통해서 하루에 불시로 연락이 오는데, 집에 있는지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한다. 간혹 인터폰으로 연락해 추가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의심군인 자가격리자에 대한 관리도 매우 철저하다. 자가격리와 자가검역 대상자는 외출과 대중교통 이용이 모두 금지된다. 또 체온이 38도 이상이 될 경우 대중교통 탑승이 거부된다. 이를 위반하면 거액의 벌금 폭탄을 맞게 된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자가격리 규정 위반으로 1만 대만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받은 사람은 모두 284명으로 늘었다. 대만의 '전염병방지법'에 따르면 자가격리 혹은 자가검역 규정을 어길 시 15만~30만 대만달러(약 610만~1220만원)의 벌금을 내야 했는데, 지난달 25일부터 벌금을 20만~100만 대만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초강수 대응조치를 내놨다. 

마스크 공급 부족사태도 발 빠르게 대처를 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6일부터는 우리나라 '마스크 5부제'와 비슷한 '마스크 실명제' 를 도입해 사재기를 막았다. 마스크 구매자는 신분증을 제시한 후 정해진 수량만큼만 구매하도록 한 것이다. 처음엔 외국인의 마스크 구매도 금지했지만, 지금은 거류증이 있는 외국인에 한해서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정부 방역당국에 대한 국민의 지지, 적극적인 방역 참여도 큰 몫을 했다"며 "학교, 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일찍이 열화상 감지 카메라·체온측정 게이트를 준비하고 전 직원 체온측정에 나서는 등 방역 및 위생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웨이보 캡처]

◆대만, 해외 역유입 통제 비상 "확진자 실명 공개하겠다" 엄포

대만이 이처럼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이유는 최근 들어 해외 역유입 사례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5일 0시 기준 21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9~23일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영국과 아일랜드, 이탈리아, 터키, 인도네시아, 스페인, 프랑스, 미국, 태국, 독일, 불가리아, 벨기에 등 지역을 방문했다가 대만으로 귀국한 사람들이었다.

이에 대만 보건당국은 19일 0시부터 외국인의 입경을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이미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중국 등 일부 국가·지역발 외국인 입경을 제한해 왔는데 이번엔 대상 지역을 전 세계로 확대한 것이다. 외국인 중 대만 거류증을 보유한 사람이나 외교관 등은 제외 대상이다. 해제 날짜는 코로나19의 상황에 따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당국은 또 여행 경보 3단계가 발령된 국가나 지역을 불필요하게 방문했다가 코로나19에 걸리면 '방역 보상금(생활지원금)'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히려 코로나19 확진자에게 필요비용을 청구하고, 실명까지 공개하겠다고 엄포했다. 앞서 대만 위생복지부는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매일 1000대만달러(약 4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대만은 자가격리자의 무단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팔찌'를 도입하기도 했다. 전자팔찌에 위치정보시스템(GPS)이 탑재돼 있고 방수 등 다양한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큰 불편없이 착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코로나19 확진자, 사망자 추이[그래픽=아주경제]

◆코로나19, 대만 경제에 충격 상당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못 미칠 듯"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만 경제에도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19일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 중앙은행은 이날 열린 분기 금융정책 회의에서 "코로나19가 대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히 크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1.92%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12일 대만 행정원 주계총처(통계국)가 202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을 종전보다 낮은 2.57%로 낮춘 것에서 일주일 만에 또다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주쩌민(朱澤民) 주계총처 주계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1.07%를 기록하고 하반기에서야 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적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특히 2월 대만 관광산업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더한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지난 7일 발표된 대만 내정부 산하 이민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대만을 찾은 관광객 수가 35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감소했다.

대만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약 60만명으로, 대만 전체 취업인구의 3%를 차지한다. 관광업계가 부진하면 수십만명의 생계가 위협받는 셈이다. 실제로 대만 고용시장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계총처에 따르면 2월 대만의 실업률은 3.7%로, 최근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지난달보다 7000명이 많아진 44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에 대만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대만은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일단 600억 대만달러 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또 통화완화 정책도 마련했다. 지난 19일 대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종전 1.375%에서 사상최저 수준인 1.125%로 인하하기로 했다. 대만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16년 6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