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부담 늘어난 재정당국, 2021년 예산 고삐 죈다

2020-03-24 10:57
2021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 국무회의 의결
기재부, 재정 적극적 역할·재정건전성 기반 마련 '두 마리 토끼' 잡아야
감염병 방역·치료 시스템 보강…자영업자·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과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상외의 추가 지출을 하게 된 기획재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각 부처에 지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각 부처에 필수적인 예산을 제외하고는 10%씩 감축해 예산 요구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으며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사업은 공동으로 사업을 기획해 예산도 함께 요구하도록 했다.

정부는 23일 국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확정했다. 이번 지침은 3월 말까지 각 부처에 통보될 예정이며 부처는 편성지침에 따라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작성해 5월 29일까지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도 재정 운용의 기본 방향을 '재정의 적극적 역할 견지'와 '재정건전성 기반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재정이 적극적인 대처를 해나가고 있지만,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 측면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하되, 기존 부분에서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정부는 내년에 각국의 확장적 거시정책에 힘입어 성장세로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과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신흥국의 경기는 둔화할 수 있는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나라 살림을 관리하는 기재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세수 불확실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세입은 불확실한데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력을 되찾기 위해 지출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의 핵심 과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정책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다. 감염병 방역과 치료 시스템을 보강하고 경제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에도 힘쓴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로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에 대응한다.

계층별 맞춤형 소득과 고용 안전망을 보강하기 위해 기초연금 인상을 소득 하위 70%까지 확대하며 40대 맞춤형 일자리를 지원한다.

과제는 늘었지만, 재정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기재부는 재정혁신을 위해 각 부처에 예산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인건비 등 필수요소를 제외한 재량지출에서 10%를 의무적으로 구조조정 해야 한다. 재량지출이란 정부가 재정을 지출하면서 의지에 따라 대상과 규모를 통제할 수 있는 예산을 말한다. 각 부처에서는 신규 사업에 예산을 배정받으려면 재량지출을 줄여 충당해야 한다.

자발적 구조조정에서 10%를 감축하지 않을 경우 기재부에서 강제로 삭감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도걸 예산정책심의관은 "내년엔 재정 여건이 너무 안 좋고 위기 극복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재정 당국이 강도 높게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3년 이상 관행적으로 지원돼 온 민간 보조사업을 계속 지원해야 하는지 등을 원점에서 검토해달라고 했다. 출연금 또한 모든 출연사업을 대상으로 출연의 법적 근거, 보조 사업과의 차별성을 검토해 존속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관행적으로 지급돼 온 민간 보조사업

다부처 협력이 필요한 사업군은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도 함께 요구하도록 했다. 다부처 협업예산은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예를 들어 AI 대학원이나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등 교육과 직업이 연계되는 사업은 과기정통부, 교육부, 노동부 등 여러 부처가 참가하는데 관계부처에서 사전에 예산을 짤 때 타 부처와 중복되는 내용을 미리 논의해서 신청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예산안 편성지침 배경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