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신학기제’ 도입 여론 고조…文대통령의 선택은

2020-03-23 18:10
靑·정부, 현재로선 부정적…추후 입장 전환 가능성
과거 정부 때도 10조 재원 마련·사회적 반발로 무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일부 정치권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9월 신학기제 도입은 막대한 비용과 교육 체계 전면 개편 등 현실적인 난관이 많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감염 우려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면서 향후 공론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부터 특별보고를 받은 자리에서는 도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현재 개학시기 연기와 (신학기제 도입을) 연계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윤 부대변인은 ‘장기적 과제로 검토는 하겠다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정을 전제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오늘 (대통령의) 발언 그대로를 받아 들여달라”고 답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신중론을 펴면서도 내부 검토는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개학 연기에 대한 여론이 점점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맘 카페’에서 이를 두고 찬반양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들이 올라와 동의를 받고 있다.

부담스러운 부분은 역시 재원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9월 학기제를 도입할 경우, 약 10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1997년과 2007년, 2015년 9월 학기제 시행을 검토했지만, 사회적 반발과 비용 문제로 결국 무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남반구에 있는 호주를 제외하고 봄 학기를 선택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당시 추진 근거는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면 우수 인력의 국제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총선 후 2차 추경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9월 학기제까지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며 “다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처럼 여론에 따라 검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주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9월 신학기제 도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래통합당 소속 홍문표 국회 교육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추가 개학 연기를 하려면 수학능력시험에 대해 새 판을 짜야 되는데 정부는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4월 이후 추가 개학 연기와 9월 신학기제 도입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2주간 개학을 연기했는데 추가 개학 연기는 아직 이르다”면서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 방역당국과 교육부가 판단해야 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3월이든, 9월이든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는 문제는 절대 아니다”라면서 “당장 올해부터 9월 학기 시작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전환도 검토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개학일정 연기 등에 대한 특별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