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당 10분이면 검사 '끝'···하루 70~80건 처리 가능
차에 탄 채로 안전하고 빠르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선별진료소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워킹 스루(walking through)' 선별진료소가 선보였다. 모든 환자들이 승용차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동승자가 있을 경우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는 진료를 받지 못한다. 반면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는 환자 스스로 혼자 걸어들어가 빠르고 편리하게 진료를 받고 나올 수 있다. 기존 선별진료소 및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와는 어떻게 다를까? 직접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를 가봤다.
양지병원에 설치된 '워킹 스루'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사진= 장윤정 기자 ]
전국을 강타한 태풍급 강한 바람으로 대부분의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운영을 중단한 19일 양지병원에 설치된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는 문을 열었다. 양지병원은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 옆에 가벽을 긴급히 설치하고 코로나19 의심 증세로 방문한 환자들을 위해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 이동식 선별진료소는 한명의 환자가 들어가고 검사 후 다시 소독을 끝낸 후 다른 환자를 받는 시간이 30분~1시간여 걸리는 데 반해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개발한 워킹 스루 코로나19 선별진료소 'SAFETY' 시스템은 환자가 부스에 들어가고 의료진은 밖에 위치해 환자와 의료진이 완전히 분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선별진료소 내에서 환자와 의료진의 접촉으로 혹여 의료진이 감염될까하는 걱정을 완전히 차단했다.
환자가 들어오면 인터폰으로 의료진이 증세를 묻는다. 환자가 나간 옆 부스에서는 소독을 진행할 수 있다. [사진= 장윤정 기자 ]
환자가 접수를 하면 전산으로 문진표를 입력하고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로 들어간다. 인터폰으로 의료진이 환자에게 질문을 하고 발열 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를 한다. 장갑에 손을 넣어 의료진이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놔두면 간호사가 이를 수거해 검사기관에 넘기고 해당 부스는 다시 소독에 들어간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시간을 재봤다. 문진 및 진찰, 상담, 검체채취 환자퇴실 후 내부소독 및 환기 2차 안전환기까지 환자 1명당 약 13분이 걸렸다.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에서 걸리는 시간과 거의 동일하다.
총 4개의 부스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사진= 장윤정 기자 ]
시설을 살펴봤다. 공중전화 박스 크기의 부스에 음압시설을 갖춰 총 4기가 운영되고 있다. 한개의 이동식 선별진료소에 비해 4명의 환자를 더 처리할 수 있는 것. 기존 한개의 이동식 선별진료소에서는 환자를 받고 다시 소독하고 환자를 받는 동안 다른 손님들은 기다려야하지만 1번 부스에서 환자가 나간 후 소독하는 동안 2, 3, 4번 부스에서는 환자를 받을 수 있다. 순환이 빨라 양지병원은 이 시스템을 도입한 후 기존 하루 7~8명의 환자를 처리하던 데 비해 하루 70~80여명의 환자를 검사할 수 있게 됐다.
의심증세가 있는 환자는 안심진료부스 안에서, 의료진은 안심부스 밖에서 검채를 체취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사진= 장윤정 기자 ]
선별진료소에 도입된 '글로브-월' 검체 채취실은 마치 유리상자에 장갑이 달린 구멍을 통해 영아를 돌보는 인큐베이터와 유사한 구조다. 진료소 내부 중앙에는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검사자와 의료진의 공간이 분리돼 있다. 의료진은 글로브(장갑)가 설치된 아크릴벽(글로브-월) 뒤에 서서 맞은편에 있는 의심 환자의 상기도와 하기도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직접 접촉하지 않고 아크릴에 붙은 장갑에 손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것이다.
내부에는 음압기기를 설치해 진료소의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했고, 의료진의 공간은 검사를 받으러 온 의심 환자와 동선을 분리했다. 이처럼 의료진이 함께 이동식 선별진료소에 들어가고 검채 체취 후 다같이 나와서 다시 소독하고 또 환자와 함께 들어가고 나오는 과정 없이 의료진은 부스 밖에서 환자의 검체만 채취하면 된다. 따라서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할 필요 없이 일반 방호복만 입어도 된다. 직접 환자를 상대하고 소독 및 검체를 수거하는 의료진만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면 되기 때문에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벗지 않아도 되고 동선이 줄어 의료진의 피로도도 낮아졌다. 환자들도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환자가 나간 진료소를 소독하기 위해서는 직접 닦아내야한다. 의료진은 장갑에 손을 넣어 부스안의 환자를 치료하고 장갑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빠르게 순환 된다 [사진= 장윤정 기자 ]
박상후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홍보부장은 "SAFETY시스템은 김상일 병원장의 아이디어"라며 "관공서 및 타 의료기관에서 지금까지 약 30건이 넘는 문의가 들어왔다. 김 병원장은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더 많은 기관에서 환자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공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선별진료소 대기공간을 좀더 확충해 환자들의 밀집도를 낮춰 최대한 감염위험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