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막을 묘수 나올까? 내달 정부 연구 결과 발표

2020-03-19 15:29
문체부, 연구 용역 보고서 곧 완성... 개념·유형, 대처 방안 등 담겨
사재기로 차트 진입 시 방송, 공연 기회 늘어... 공정 경쟁 막아 음원 생태계 교란
네이버, 비주류 창작자에 저작권료 추가 정산 추진... SK텔레콤, 실시간 차트 개선

멜론, 지니뮤직과 같은 음원 플랫폼에서 특정 가수의 음악을 부당한 방법으로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올려놓는 ‘음원 사재기’와 관련해 다음 달 음원 사재기의 유형, 대응 방안을 담은 정부의 연구결과가 나온다.

1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음원 사재기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4월 중 완성된다. 문체부는 2018년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음원 사재기 조사에 관한 예산을 확보한 후 컨설팅기업 에스코토스에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보고서엔 음원 사재기의 정의와 유형, 음원 사재기 모니터링 시스템, 대응을 위한 정책적 방안 등이 담긴다.

음원 사재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음원업계에선 꾸준히 음원 사재기 논란이 일었으나, 문체부는 이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와 대응 방안의 미비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업계에선 이번 보고서가 문체부의 음원 사재기 대책 마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5월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5일 발표한 2020년 업무 계획에서 음원 사재기 의혹에 관한 대책을 올해 상반기 내에 내놓고, 음원 사재기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과 제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정명섭 기자]

문체부 관계자는 “음원 사재기에 관한 정의, 유형 같은 구체적인 개념이 부족한 점이 정부의 가장 약한 부분이었는데, 이번 연구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와 별도로 경찰청과 음원 사재기 공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분석할 데이터 양이 방대해 이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다.

음원 사재기는 특정 음원을 부당한 방법으로 실시간 차트에 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2018년 4월 가수 닐로의 곡 '지나오다'가 갑자기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고, 같은 해 7월 숀의 '웨이 백 홈'이라는 곡이 별다른 입소문 없이 차트 정상에 올라 사재기 의혹을 받았다. 또한 중국에서 브로커가 다수의 휴대폰과 PC를 활용해 음원을 무한정 스트리밍하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음원 사재기의 구체적인 행태는 적발되지 않았다.

실시간 차트에 오른 음악은 다른 음악에 비해 주목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음원 플랫폼 이용자의 30~40%는 실시간 차트에 있는 음악을 주로 청취하기 때문이다. 음악이 실시간 순위에 올라 인기를 끌게 되면 방송, 공연, 광고와 같은 부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음원 사재기는 이용자들에게 왜곡된 순위 정보를 전달하고, 아티스트 간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해 국내 음원 생태계 전체를 교란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에 일부 음원 플랫폼들은 사재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음원 정산 방식을 변경하고 실시간 차트의 운영 개선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의 음원 플랫폼 바이브는 비주류 아티스트들에게 더 많은 저작권료가 돌아가도록 음원 정산방식을 변경할 예정이다. 고객이 직접 청취한 음악에만 이용료가 배분되도록 시스템을 바꾸기로 했다. 

SK텔레콤의 플로는 실시간 음원 차트를 1시간 단위가 아닌 24시간 단위로 누적 집계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1시간 단위의 짧은 집계 방식이 차트 진입을 노리는 음원 사재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비정상적인 음원 청취 패턴도 잡아낸다는 계획이다.
 
 

멜론과 지니뮤직 앱 실시간 차트[사진=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