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주총]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선임… ‘미래차 전환 빨라진다’

2020-03-19 13:47
미래차 시장 리더십 확보·지배구조 개편도 속도 낼듯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이로써 정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원톱 체제’가 공식화됐다. 그룹 혁신에도 추동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오르며 사실상 그룹의 수장으로서 미래차를 중심으로 한 회사의 중장기 혁신을 주도한 바 있다.

현대차는 19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열린 제52회 정기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임기는 3년이다.

앞서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1년 만에 의장직을 내려놓기로 하면서 정 수석부회장의 승계는 기정사실화된 바 있다. 지난달 현대차 이사회는 정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철학이 그룹에 더욱 빠르게 이식될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아버지의 뜻에 자신의 색깔을 반영해 그룹을 운영해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단기적으로 수익성 확보와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등 미래차 중심의 전환 전략을 펼치는 배경이기도 하다.

주주들도 정 수석부회장의 도전을 지지하며, 혁신에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 현대차의 미래차 전환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안건을 승인한 게 대표적인 예다. 현대차는 이날 주주의 동의를 받아 정관 사업목적에서 '각종 차량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을 '각종 차량 및 기타 이동수단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으로 변경했다. 또한 '전동화 등 각종 차량 충전 및 기타 관련 사업'도 추가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월 올해를 미래차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개인용비행체(PAV) △신에너지 분야 등 미래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2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날 이원희 현대차 사장도 인사말을 통해 “전동화 시장 리더십 확보를 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핵심 구동 부품 경쟁력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금년부터 차량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 협력을 통해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을 괴롭혀오던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도 지난해 말 이 회사에서 손을 뗀 상태라 적기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2018년 당시 추진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한편 이날 현대차 주총에서는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최은수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변호사의 사외이사 재선임 등 이사회 안건이 모두 승인됐다. 2019년 기말 배당금(보통주 기준)은 3000원으로 결정됐다. 중간 배당 1000원을 포함한 연간 총 배당금은 4000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총장에는 약 140여명 밖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전자투표 등이 늘면서 의결권 있는 주식의 83.4%(1억6843만5869주)가 이번 결정에 참여했다”며 “이사회의 결정에 대부분 공감해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 돼 끝났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기술전시회인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