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증시] '현금이 최고' 달러 빼고 다 떨어진다

2020-03-19 03:24
현금화 흐름에 다우 낙폭 결국 2000p 넘어서
원유 WTI 20달러·원·달러 환율 1270원 코 앞

'코로나 패닉 장세' 속 글로벌 증시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폭락세를 이어가던 미국 뉴욕증시는 결국 오후 1시(우리시간 새벽 2시) 경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조 달러(약 1257조원)를 쏟아붓고서야 힘겨운 급반등으로 끌어올린 지 하루 만이다.

같은 시각 코로나19로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증시뿐 아니라 원유와 금 등 원자재도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어 '현금이 최고(cash is king)'라는 시장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덩달아 달러·원 환율도 하늘 높이 치솟아 1270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날 오후장에 들어선 미국 뉴욕증시는 S&P500지수가 7%대로 낙폭을 확대하면서 결국 12시 56분 경 15분간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S&P500지수가 전날보다 7.01%(177.29p) 하락한 2351.90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거래를 중단할 당시 뉴욕증시 간판인 다우지수는 7.82%(1660.63p) 주저앉은 1만9576.75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30%(462.37) 떨어진 6872.41을 기록했다.

서킷브레이커란 주가 급등락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 가격변동 폭을 넘을 경우 15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제도로, '코로나 패닉장' 국면에 들어선 이달 들어 네 번째 발동이다. 지난 9일과 12일, 16일에 이어 열흘 새에만 4차례가 몰려있다.

이후 거래를 재개한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오후 1시 30~35분경 다우지수의 낙폭은 2000p, 10%대를 돌파했다.

앞서 문을 닫은 이날 유럽 증시도 반등 하루 만에 4~5%대 하락 마감했다. 

한편, 이날 글로벌 시장은 '현금이 최고'라는 시장 인식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증시뿐 아니라 원유와 금 등 원자재 시장도 약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0달러를 코앞에 두고 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25달러를 목전에 뒀다. 이날 오후 1시 30분경 WTI유의 가격하락 폭은 20%을 넘어선 상태다.

금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 넘는 하락세를 보이던 4월 인도분 금은 오후 1시 15분경 온스당 1471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시장의 '달러' 현금 선호는 외환시장에도 전운을 감돌게 했다. 시장은 위험자산인 증시뿐 아니라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까지 팔아치우며 달러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 중이기 때문이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우리나라 증시인 코스피장이 끝난 후 역외환율(NDF)장에서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우리 시간 18일 오후 국내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년 만에 최고치인 1245.7원에 상승 마감했지만, 역외환율장에서는 오후 6시경부터 1260원을 넘어섰고 19일 새벽에는 1270원을 눈앞에 두고 끝없는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새벽 2시 50분경 원·달러 역외환율은 1268.71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달러·엔 환율 역시 같은 모양새를 보이며 108엔대를 나타내고 있다. 비슷한 시기 108.66엔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그만큼 달러에 비해 원화와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장 흐름은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연일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19일 새벽까지 미국에서는 총 732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115명이 숨졌다. 전날 오후보다 확진자가 1000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확산세가 늘어가자 미국 각 지역은 상점 영업 중단과 시민 이동 제한 명령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 동부 시간 기준 17일 샌프란시스코 등 실리콘밸리 일대 6개 카운티는 주민들에게 3주간 식료품 구입 등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라는 '자택 대피' 명령을 내렸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시를 끼고 있는 뉴욕주에서는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해 확진자가 1000명에 가까워지자,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는 자택 대피 명령 발동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창립자 빌 애크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폐쇄(shut down·셧다운) 조치를 하는 게 시장과 미국의 코로나19 억제에 최선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유일한 해답은 향후 30일 동안 국가를 폐쇄하고 국경을 닫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당신이 봄방학을 위해 모든 사람을 집으로 돌려 보내고 국경을 폐쇄하면 감염률은 곤두박질친다. 주식시장은 급등하고 구름이 걷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트위터를 통해 캐나다와의 국경을 임시 폐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상호 동의 하에 비필수적 이동에 관한 캐나다와의 북부 국경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며 "무역 거래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해 1조 달러(약 1257조원)를 쏟아부으며 힘겹게 시장을 끌고 가고 있지만, 결국 코로나 확산이 끝나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6일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바이러스를 고칠 순 없다. 오직 시간과 약만이 고칠 수 있다"며 유동성 대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