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영업구역 넓히는 신협법에 "서민 금융 막힐 것" 우려
2020-03-17 18:12
"조합 간 무한경쟁 우려...규제 완화 받고 있는 상호금융 취지 무색"
[데일리동방] 신협의 영업구역을 시군구에서 광역으로 넓히는 내용의 신협법 개정안이 15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신협의 행보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협 측은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은 과도한 여신 경쟁이 일어나 '비영리 법인'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기존 신협의 공동유대는 1개 시·군·구로 한정돼 있다. 신협법 개정안은 이 공동유대를 서울, 인천·경기 등 광역 권역 10곳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신협 측은 기존 영역이 너무 협소했다며 '신협법'을 통해 영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동유대는 신협 조합 설립과 구성원을 결정하는 영업 구역 단위를 뜻한다. 공동유대 범위를 넓히면 부산시 중구에서만 영업이 가능했던 지역조합이 부산시, 울산시, 경상남도까지 여수신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당국은 신협법이 도입되면 지역밀착형 금융으로 비과세 혜택과 규제 완화를 받고 있는 상호금융의 취지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상호금융은 서민금융 활성화라는 도입 취지에 맞게 여러가지 혜택을 받고 있다. 건전성 규제도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들보다 낮고, 준법감시인 도입 등 지배구조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 또한 비과세 혜택도 받고 있다.
신협의 연체율은 지난해 9월 기준 3.22%로 상호금융 평균 연체율 2%보다 높은 편이다. 이에 신협은 공동유대 범위 확대로 수신을 늘려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당국은 공동유대 범위가 확대되면 여신 유치 경쟁이 일어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동유대를 확대하려면 신협도 기존 은행이나 저축은행과 동일한 건전성을 갖춰야 한다"면서 "여신이 늘어나 부실이 생기면 모든 손실은 조합원이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당국은 신협법이 통과되면 다른 상호금융 기관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상호금융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점 간 경쟁이 심해질 경우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여수신을 펼쳐 오던 영세지점들은 영업이 어려워지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금액이 크지 않은 지역 주민 대상의 서민금융 영업을 펼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상호금융 기관들은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 상호금융 기관 관계자는 "영업구역 빗장을 풀면 신협 영업점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신협 영업점들이 모두 공동유대 확대를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법이 통과된다면 신협 차원에서 확실한 기준을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