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만 남은 北 대미라인…“올해 북·미 대화의 문은 봉쇄”

2020-03-17 16:58
北 '미국통' 최강일, 오스트리아 대사로
北 대미 비핵화 협상 라인, 사실상 해체
트럼프 재선에도 북·미 대화 재개 힘들어

오는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북한이 북·미 대화 재개의 신호를 보낼 것이란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북한 외무성이 최근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면서 북한의 대미 외교라인이 사실상 해제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아울러 리선권 신임 외무상의 장악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17일 외교가에서는 최강일 전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 김 위원장의 고모부 김광섭 전 오스트리아 대사의 후임으로 임명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최강일은 북한 외무성에 손꼽히는 ‘미국통’이라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최선의 제1부상과 함께 실무를 맡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 신임 대사가 북·미협상에 나섰던 경험 등을 바탕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중심으로 북·미 핵 협상 과정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EA)에 따르면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주오스트리아 북한대사의 주요 업무에 IAEA, 핵 프로그램 문제 등이 있다고 언급하며, 최강일이 향후 북·미 협상에서 대외적 역할을 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대사로 임명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강일은 재정적 문제보다 미국과 향후 핵 협상이 있으면 유럽국가들의 지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1대1 단독 정상회담을 마치고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정원에서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강일이 국제기구에서 (목소리를 내) 북·미 대화에 직접적인 관여라든가, 영향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강일이 국제기구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외교적 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정 센터장은 오히려 올해 북·미 대화 재개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최강일이 오스트리아 대사의 역할에만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 총괄 역할을 맡았던 리용호가 외무상에서 해임된 데 이어 2018년부터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실무를 담당했던 최강일까지 평양을 떠나게 됐다”며 “평양 내 대미 외교라인은 최선희만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이번 인사로) 북한의 대미 협상라인은 더욱 축소되고 위축됐다”며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재개는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결정되는 오는 11월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미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하며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 둘 것으로 관측했었다.

그러나 정 센터장은 “이번 인사를 보면 김 위원장은 이미 북·미 비핵화 협상에 흥미를 잃었고, (대화 재개)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앞서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4자 협상’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북·미 양자 비핵화 협상은 더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북한과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 중국의 영향력을 이용한 ‘4자 비핵화 협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북한 외무성은 지난 14일 “오스트리아공화국 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특명전권대사로 최강일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또 2015년부터 체코대사를 맡았던 김평일 후임으로 ‘유럽통’인 주원철 대사가 임명된 사실도 전했다. 이와 더불어 최일 폴란드 대사, 정성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한성우 이란 대사의 임명 사실도 공개했다.

이와 관련 정 센터장은 “이번에 체코,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란 주재 신임 북한 대사까지 동시에 발표된 것은 리선권이 외무상직에 임명된 후 이루어진 대규모 인사”라고 분석하며 “이를 계기로 외무성에 대한 리선권의 장악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