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신용등급 '경고등' 켜졌다…유가폭락 후 불확실성↑
2020-03-17 16:56
한신평 "정유업체 신용등급 변동에 대한 우려 확대됐다"
대규모 투자에 차입금 부담 늘고…코로나·경기침체로 수요↓
대규모 투자에 차입금 부담 늘고…코로나·경기침체로 수요↓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제마진 축소로 이익창출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급락의 부담까지 가중되어 정유업체들의 실적 저하추세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일부 업체의 경우 당사가 하향 가능성이 확대되는 조건으로 제시한 KMI(주요 모니터링 지표)를 충족하고 있어 정유업체의 신용등급 변동에 대한 우려도 과거에 비해 확대됐다"고 밝혔다.
한신평이 제시한 하향가능성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업체는 S-OIL(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다.
한신평은 회사채 신용등급 AA+인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에 대해 하향 검토요인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중을 '3배 초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각각 2.1배, 1.9배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에쓰오일의 경우 5.5배에 달했다. 에쓰오일은 4조8000억원을 투자해 RUC&ODC 시설을 구축하면서 차입금 규모가 크게 늘었지만 업황둔화로 인해 영업현금흐름은 악화됐다.
또한 한신평은 현대오일뱅크(AA-/Positive)에 대해 '조정부채비율 125% 이상' 및 '조정순차입금/EBITDA 4배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조정부채비율 161.3%, 조정순차입금/EBITDA 4.0배로 하향가능성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하향가능성은 등급전망이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모니터링 지표를 충족한다고해서 신용등급이 반드시 조정되는 것은 아니다. 모니터링 지표가 회사의 신용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지만, 실제 신용등급 결정 시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정량 및 정성 변수들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신평이 이번에 정유업계를 향해 신용도 우려를 내비친 것은 실적부진 및 재무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정유업체들이 신용도 우려가 높아진 원인은 대규모 투자로 차입 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유가 급락과 더불어 정제마진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지난 9일 국제유가는 걸프전 이후 일일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매입과 제품판매 간 시차 속에서 부정적 '래깅효과'와 재고자산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수요가 뒷받침된다면 이익창출력은 높아질 수 있다. 지난 2014~2016년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정유업체들이 빠르게 수익성을 회복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는 공급 확대와 함께 코로나19 사태 및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수요부진까지 더해져 과거에 비해 업황이 매우 악화된 상태다. 정유업계가 기대했던 국제해사기구(IMO) 2020 규제 효과도 코로나19와 맞물려 요원해졌다.
한신평 관계자는 "석유제품 수급환경 및 정제마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실적 전망을 업데이트하고, 업체별 배당정책 및 투자계획에 따른 재무부담의 변동, 코로나19 사태와 유가 및 증시 상황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에 따라 시나리오별 재무여력의 변화 등을 판단한 뒤에 이를 정유업종 전반의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