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코로나發 유가급락에 망연자실…5분기 만에 적자 전망

2020-03-05 17:50
증권사 "SK이노·에쓰오일, 올 1분기 적자 불가피"
"국제유가 급락에 대규모 재고평가손실"
제품가격은 더 떨어져 정제마진 하락도

[각사 CI 취합]

[데일리동방]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가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앞서 정유4사는 2018년 4분기 일제히 영업적자를 기록한 뒤 지난해 1년 내내 적자는 모면했으나 줄곧 저조한 실적을 이어왔다.

5일 한국투자증권은 "유가 급락 영향으로 SK이노베이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776억원에서 영업적자 2552억원으로 하향했다"면서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지난해 12월 평균 대비 현재 배럴당 1달러가 하락, 단순 계산 시 유가 관련 재고평가손실이 39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날 "S-OIL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930억원에서 적자 1140억으로 하향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유가 급락 영향을 반영, 적자전환으로 전망을 뒤집은 것이다.

앞서 신영증권도 지난달 26일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1180억원으로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서 SK이노베이션 및 S-OIL의 적자전환 근거로 제시한 것이 '유가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상장 정유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동일하게 적자기조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4사는 지난 2018년 4분기에도 유가하락 속에서 일제히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 정유사가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거듭해 배럴당 50달러 선에 간신히 걸쳐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배럴당 49.05달러까지 낮아져 2017년 8월 이후 2년 반 만에 50달러 선이 깨지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석유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유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두바이유 가격이 1월 평균 배럴당 63.8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미리 사둔 원유자산에 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는 것과 동시에 석유제품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유가하락과 함께 국제 석유제품가격도 급락하면서 시장에서는 석유제품을 더 싼값에 구매하기 위해 구매계획을 지연시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 둘째주 배럴당 4달러까지 올라섰지만 셋째주 3달러, 넷째주 2.3달러 수준으로 지속 하락했다. 이는 유가 하락보다 석유제품 하락폭이 더 컸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가 하락이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수요가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는 정유업계의 전반적인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