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조기패소에 코로나까지…SK이노, 51개월 만에 주가 11만원대 진입

2020-02-26 15:17
장중 11만9500원까지 하락…연일 52주 신저가 경신
자사주 매입나섰지만…"악재 방어에는 버거운 모습"

[26일 오후 2시 30분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시간별 시세.(사진=네이버금융 화면 갈무리)]

[데일리동방]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고 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조기패소 판결을 받은 데다가 '신종 코로나' 여파로 글로벌 석유수요도 위축되면서다.

26일 코스피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장중 11만95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11조1000억원을 밑돌았다. 전날 12만25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뒤 하루 만에 신저가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주가가 12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5년 11월 이후 51개월 만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맥없이 곤두박질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ITC 조기패소' 탓이었다. ITC는 이달 14일(현지시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린 바 있다. 앞서 LG화학이 지난해 4월 29일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한 이후 SK이노베이션이 내부적으로 관련 자료 삭제 등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이 발각되면서다. 오는 10월 5일 ITC의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이 남아있지만, 그 동안 조기패소판결 이후 최종결정에서 판결이 뒤바뀐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분위기가 감지됐다. 미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LG화학의 입장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ITC 조사팀 의견이 LG화학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SK이노베이션 주가도 지난해 말 15만원에서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에 글로벌 석유수요도 위축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날 신영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1분기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업종인 에쓰오일(S-OIL)도 장중 7만원을 밑돌면서 두달 사이 20% 넘게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주가 부양을 위해 지난달 31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462만8000주(약 5785억원)로, 매입 기간은 오는 5월 2일까지다. SK이노베이션이 실적부진 및 ITC 조기판결에 따른 주가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자사주 매입을 맡은 SK증권이 지난 20일 간 150만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면서도 "ITC 조기패소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악재를 방어하기에는 버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