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 굳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패색 짙어진 조현아 연합... '반전 없다'

2020-03-16 06:30
ISS·KCGS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조 회장에 손 들어줘
대한항공 노조 등도 반 조현아 연합 결성... 경영 복귀 저지 나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둔 다툼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연합(KCGI, 반도건설)의 '패색(敗色)'이 짙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물론 한진가(家), 글로벌 협력사, 대한항공 임직원과 노조까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열리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조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릴 것으로 분석된다.

◆ISS 등 의결권 자문사들, 주총 주요 안건 조원태 ‘찬성’·조현아 ‘반대’
15일 업계에 따르면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하고 있다.

전날 ISS는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과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이들은 두 사내이사의 선임안에 대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경험과 경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ISS는 조현아 연합의 추천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대 의사를 표했다. 유일하게 찬성한 사람은 사내이사 후보인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이 전부다. 나머지 대한항공 출신인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 부동산 투자 전문가인 이형석 수원대 교수, 반도건설 법률 대리인이었던 구본주 변호사 등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도 지난 13일 조 회장 사내선임에 찬성을, 조현아 연합에 대해서는 ‘불행사’를 권고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조 회장이 한진칼 주총의 승기를 사실상 잡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들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소액투자자들도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 회장 측과 조현아 연합은 의결권이 있는 지분율(2019년 말 33.45 대 31.98)이 비슷한 상황이라 기관과 소액 투자자들의 지지확보에 사활을 건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과 외국, 소액 투자자들의 경우 주총에서 찬반 결정에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캐스팅보트로 꼽혔던 국민연금 등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결권 자문사들의 판단은 기업들의 사내이사 선임 등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경우 ISS로 인해 쓴맛을 봤다. 지난해 3월 조 선대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면서다. 당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내이사직 연임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ISS 등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권고에 부딪혀 결국 실패했다.

◆회사 내·외부 “조원태 회장 지키자”라는 목소리 커져
의결권 자문사들과 함께 대한항공 노조 등도 조 회장의 지지를 선언하면서 여론도 환기되고 있다. 일례로 대한항공 사우회는 오는 16부터 23일까지 사내 임직원정보시스템에 '전자투표 시스템'을 만들어 주총 안건별로 찬반 의견을 투표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미 사내에서는 '한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한진그룹 살리기' 등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개설되며,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각종 사회사업, 복지사업을 위해 설립한 사우회는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자사 주식을 취득한 바 있다. 2013년 대한항공 인적분할 당시 이를 한진칼 주식으로 전환했다. 보유 주식은 72만5500주(1.23%)다.

대한항공 사우회 13일 입장문을 통해 “조현아 연합은 한진그룹의 중장기적인 발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오로지 차익 실현을 노리는 투기세력”이라며 “이들이 시장과 주주에 대한 기만적인 술수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노조도 자발적으로 조 회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임직원들에게 한진칼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진행해 한진칼 주총에서 임직원들의 의사를 표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노조 관계자는 “조현아 연합이 경영권을 획득할 경우 고용안정 등 임직원들의 생활에 직간접적인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이를 인지하고 있는 임직원들이 조 회장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