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채권시장에 드리운 ‘공포’
2020-03-13 13:36
한진·두산그룹 예의 주시…투심 위축, ‘도미노’ 충격 우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3.87% 급락한 1834.33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최고가(종가기준 2267.25포인트) 대비 20%가량 하락했다. 특히 국내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본격화된 2월 중순부터 본격 하락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무려 11년간 강세를 보였던 미국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12일(현지시간) 70포인트를 넘어섰으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60포인트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시장은 이번 사태를 미국발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현 상황과 비교해보면 최근 연준이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한 것도 코로나 사태를 간과한 나머지 다급하게 대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금리 인하에도 시장은 오히려 차갑게 반응했다. 이후 정책 기대감 등이 작용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증시가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현재는 ‘무용지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경기침체를 암시하는 대표 선행지표는 장단기 금리스프레드(10년물-2년물)다. 이 지표가 마이너스로 진입하면 약 6개월에서 1년 후 실물 경제에 반영된다. 현재 장단기 금리스프레드는 마이너스 구간을 일시적으로 이탈하는 경향만 있을 뿐 완전히 전환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미국채 10년물과 FFR 금리스프레드가 장단기 금리스프레드에 선행하는 탓이다. 현재 FFR 금리스프레드는 마이너스 구간에서 더블딥(double dip)을 형성해 현 상황이 진행형임을 암시하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영향도 받지만 향후 경제전망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10년물 금리 하락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만약 연준이 금리를 더 빠른 속도로 낮춘다면 금리스프레드가 확대되기 보다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해 투자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앙은행이 시중에 직접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QE) 가능성이 재차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확실성 국면' 달러약세, 신흥국 통화 강세 제한적···한은, 통화정책 효과↓
통상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QE 등을 결정하면 달러는 약세 기조를 보인다. 통화 공급 증가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는 전 세계 대부분 통화를 강세로 만든다.
그러나 전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국면에서는 선진국 통화에만 그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엔화 등을 제외한 신흥국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는 이유다. 원화 역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국가다. 원화 약세는 외화유입에 긍정적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교역 등이 마비되면서 이 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혹은 QE를 실시한다면 원화 약세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외화 유출을 부추기면서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추경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 국채 발행은 다소 증가할 전망이다. 금리 수준이 낮아지면서 회사채 금리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크레딧시장에 대한 경계 인식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우량채는 금리 매력이 떨어지고 비우량채는 리스크가 커지면서 회사채 투자에 대해 전면 재검토 중”이라며 “유동성이 높은 국채가 오히려 매력적인 만큼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는 오히려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비우량채를 중심으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량채는 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수요가 발생해 우려가 크지 않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유동성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운용역은 “BBB급에 위치한 한진,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 동향을 가장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두 그룹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란 시그널이 발생하면 이러한 분위기가 A급 기업들로 향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경제와 산업 전반이 어려운 가운데 투심마저 무너진다면 도미노 현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경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