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종속회사 2년 연속 감소…‘규모 대신 효율' 택한 이재용 부회장

2020-03-12 09:09
2017년 270개, 2018년 252개, 2019 240개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만 자회사 등 해외법인을 정리하며 경영 효율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쟁력이 낮은 해외법인은 정리하고, 신사업은 과감하게 투자하는 이재용식 ‘선택과 집중’ 경영전략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결 대상 종속회사 수는 240개다. 종속회사 수는 2017년 270개, 2018년 252개에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은 효율적인 경영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삼성전자 계열사에서 종속회사 20곳이 정리됐고, 8곳은 추가됐다. 정리된 회사의 절반 이상이 하만의 자회사다.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전장산업과 오디오 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원)에 인수했다. 당시 110개에 달하던 하만의 자회사들도 삼성 내로 편입됐다.

인수 후 삼성은 하만을 삼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효율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3년 전 110개에 달하던 자회사는 현재 절반 수준인 57개에 불과하다.

지난해도 삼성전자 내에서 이뤄진 13개 합병에서 11개가 하만과 관련된 건이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 점도 합병의 이유다. 하만은 삼성 아메리카의 자회사로 삼성전자의 손자회사에 해당한다.

하만 인터내셔널 재팬은 지난해 자동차 IOT(사물인터넷) 관련기업인 레드밴드소프트웨어를 흡수 합병했다. 레드밴드소프트웨어도 자회사인 이스라엘 벤처기업 아이온로드와 이스라엘 보안 분야 기업인 타워섹을 흡수 합병했다.

삼성이 기존 가지고 있던 조직 중에서도 합병으로 조직효율성을 높였다. 중국에서는 삼성의 중국 판매 법인(SCIC)이 서비스 부문인 베이징 삼성전자 서비스 법인(SBSC)을 흡수합병했다.

사업 비중을 축소중인 의료기기 사업 분야의 삼성메디슨 인디아(SMIN)는 청산했다. 프랑스 리서치센터(SFRC), 베이징에 있던 하만커넥티드솔루션과 국내에 있던 레드벤드소프트웨어코리아 등도 기존에 보유한 다른 법인과 역할이 중복돼 청산됐다.

몸집을 줄이는 과정임에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인수에 나섰다. 스마트폰·IOT 등 삼성전자의 미래성장 전략과 맞닿은 곳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초박형 유리(UTG)를 생산하는 국내업체 도우인시스를 인수했다. 도우인시스의 자회사인 지에프도 종속기업으로 편입됐다.

지난해 1월에는 이스라엘 스마트폰 카메라 개발업체 코어포토닉스를 1억5500만 달러(약 180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에 광학줌 카메라 기술을 공급하던 회사다.

지난해 5월에는 AI를 활용해 영국의 식품영양정보를 제공하는 영국의 스타트업 푸디언트를 인수했다. 삼성전자 냉장고 맞춤 레시피 기능을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곳이다.

이처럼 효율을 선택하고 있는 삼전전자는 올해도 해외법인을 통합하거나 청산하며 규모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만의 사업 개편을 통해서 삼성전자는 하만과 시너지를 만들어낸다는 방침이다. 하만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0% 증가한 3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목적을 가지고 종속회사를 정리했다기보다는 효율성 있게 조직을 구성한 결과”라며 “하만이 특별하게 사업 목적을 변경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진=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