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신세계면세점은 현재 운영 중인 1터미널 DF7구역(패션·기타) 사업권을 신예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내주며 점유율 하락을 면치 못하게 됐다. 롯데, 신라와 함께 면세점 ‘빅3’ 체제를 구축했던 신세계면세점은 유찰된 2개의 사업구역에 참여를 검토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입찰에서 DF3(주류·담배), DF4(주류·담배), DF7 구역의 우선협상자로 신라, 롯데, 현대백화점이 각각 선정됐다. 중소·중견기업 사업권 3곳 중 DF8 사업권은 그랜드관광호텔, DF9 사업권은 시티플러스, DF10 사업권은 엔타스듀티프리가 각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입찰전에서 기존 사업자인 신세계가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것이 눈에 띈다. DF7의 경우 이번 입찰에서 유일하게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대기업 4곳이 모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공항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어 낙찰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입찰가를 가장 높게 쓴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손을 들어줬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입찰전 패배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DF1(화장품·향수)과 DF5(패션·피혁) 구역 탑승동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번에 사업권을 따내지 못한 것은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DF7을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뺏긴 신세계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입찰이 없었던 DF2(향수·화장품) 사업권과 입찰 수가 부족했던 DF6(패션·기타) 등 유찰됐던 2개 사업권은 인천공항공사가 이르면 이번주 재공고할 계획이다. DF2는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높은 임대료에 모든 업체가 참여하지 않았고, DF6는 현대백화점면세점만 입찰에 참여해 경쟁 미성립으로 유찰됐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들 구역이 재공고되면 참여를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사업권 확보에 실패한 신세계면세점으로서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DF2의 경우 높은 임대료 탓에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 DF6 경우도 녹록지 않다. DF6의 첫해 임대료는 441억원으로, 4차연도부터 해당 금액에 112억원 이상의 임대료가 더해진다. 업계는 이런 임대료가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신세계면세점이 높은 낙찰가를 써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한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들은 관세청에서 특허심사 승인을 받아 오는 9월부터 면세점을 운영할 예정이다. 확정된 운영 사업자는 5년간 면세점 사업을 맡고, 평가 기준을 만족하면 추가로 5년을 더해 최대 10년까지 매장을 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