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저유가 10년 버틸 수 있다"...유가전쟁 장기화하나
2020-03-10 08:29
러시아 "저유가 피해 만회할 수 있는 재원 충분해"
국제유가가 9일(현지시간) 약 20년 만에 최악의 일일 낙폭을 기록한 가운데, 러시아가 저유가를 최장 10년까지 버틸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후 감산합의 결렬로 촉발된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전쟁이 장기화하는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재무부는 유가가 배럴당 25~30달러에서 머무는 경우 예산 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고 1500억 달러(약 180조 2250억원)을 끌어다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6~10년 동안 저유가로 입은 손해를 만회하고 재정 지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재무부의 이같은 발언은 사우디발 유가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장중 30%대 폭락한 상황에서 나왔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지난주 러시아의 반대로 감산합의가 불발되자 원유 4월분 수출가격을 대폭 끌어내리고 산유량을 늘리는 초강수를 뒀다.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들이고 미국 셰일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한 유가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원유 수요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유가전쟁이라는 악재가 새로 날아들면서 국제유가는 수직낙하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감, 1991년 걸프전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장중에는 30% 넘게 떨어지며 배럴당 30달러가 붕괴되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24.1%(10.92달러) 미끄러진 배럴당 34.36달러에 거래를 닫았다.
또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이날 러시아 경제 고위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러시아 에너지산업은 어떤 가격 범위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자원과 재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 정부가 석유 제품을 국내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산업의 투자 잠재력을 보호하는 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날 러시아의 입장을 두고 러시아가 저유가 국면에서 사우디보다 더 잘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르네상스 캐피탈 소피아 도넷츠 수석 러시아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도 현재로선 (현재 상황을) 일시적인 시나리오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떤 상황에서건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