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줄어든 여름방학 애타는 학부모들
2020-03-10 07:28
"가족여행 계획 무산…입시준비도 막막"
"지속적인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전국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3월 23일로 2주일 추가 연기합니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딸아이를 둔 김수진씨(38)는 지난 2일 교육부 긴급 브리핑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사상 초유의 '전국 휴교령'으로 계획된 학사일정이 줄줄이 미뤄지면서 여름방학 여행 계획도 꼬일 대로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날 개학 연기에 따라 부족해진 수업일수를 여름·겨울방학 조정으로 확보하겠다고도 밝혔다.
9일 만난 학부모들은 개학 연기로 속이 타들어간다고 했다. 당장 현장학습과 재량휴업일이 줄어드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한 달가량 주어지던 방학 기간이 대폭 줄어들 게 뻔해서다. 다가올 방학을 3주간 앞당겨 쓴다는 것은 알지 못한 채 그저 개학이 늦춰진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만세를 부르는 아이들과는 심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때아닌 바이러스에 아이 개학이 연기돼서 올해 여름방학이 줄어들 것 같아요. 아이 방학식에 맞춰 떠날 계획이었던 말레이시아 여행은 꿈도 못 꾸고 있어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이미진씨(31)는 "매년 아이 방학 때마다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하곤 했는데 이번 여름방학 땐 떠날 수 없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여행심리가 위축된 면도 있지만 아이 방학이 줄어서 계획이 틀어진 부분이 크다"고 토로했다.
학부모들 한숨은 여행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심정은 암담하기까지 하다. 입시 준비를 위한 마지막 기간이 여름방학이어서다.
주부 김정화씨(49)는 "수험생에겐 수시전형 지원을 위한 마지막 준비 기간이 바로 여름방학"이라며 "이 기간에 수시 자기소개서 준비와 수능 대비 온라인 특강 수강을 해야 하는데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학교 측에 수업일수 감축을 요구하는 학부모도 나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 온라인 사이트에 "학교 행사를 취소하거나 공식 수업일수를 감축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아이 여름방학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