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성공전략] M세대 플렉스 돕는다…진화하는 청담동 명품거리

2020-03-09 08:00
복합문화센터로 문턱 낮추자
활력 찾은 청담동 명품거리

요즘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명품 매장에선 물건을 대놓고 팔지 않는다. 주력 고객층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보고, 듣고, 체험하며 놀기 위한 장소를 제공하는데 주력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플렉스(flex·과시하다)’를 돕기 위해서다.

명품 소비를 하는 20대는 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를 통해 명품 정보를 얻고, 구매 채널은 브랜드 매장을 선호한다. 기왕 명품을 구매한다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남들보다 빠르게, 우대 서비스를 받고, 인증 사진을 남기며’ 플렉스하는 기분을 즐겨야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한국의 ‘학춤’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 [사진=루이비통 제공]

8일 패션뷰티업계에 따르면, 최근 명품 브랜드들은 밀레니얼 소비층의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플래그십 스토어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덕분에 임대 현수막이 곳곳에 나붙었던 ‘청담동 명품거리’는 활력을 되찾았다.

새 단장한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한국의 ‘학춤’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 2017년 9월부터 2년간 설계와 공사에 공을 들여온 결과물이다. 특히 맨 위층에는 루이비통 재단이 소유한 미술품을 전시한다. 도슨트의 설명도 곁들였다. 이곳이 미술관인지 패션 매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려 제품 홍보나 판매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지난해 3월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점한 ‘샤넬’ 역시 예술작품과 전시회를 통해 고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트위트 재킷’ 등 샤넬의 패션 역사와 공방자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샤넬 르사주 전시회’를 무료로 진행하고, 샤넬 매장은 내부를 갤러리로 꾸미는 식이다. 디올의 '하우스 오브 디올'은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공간이다. 하우스 오브 디올의 5층 카페는 SNS 명소다. 10만원대 ‘에프터눈 티’ 세트와 파리의 유명한 마카롱 전문점 ‘피에르 에르메’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루이비통 서울 메종에서 전시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 작품. [사진=루이비통 제공]

이외 반클리프아펠, 막스마라, 끌로에, N21, 오프화이트 등도 청담동에 새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거나 리뉴얼 오픈했다. 국내 직진출을 결정한 돌체앤가바나도 지방시가 있던 청담동 건물에 자리를 확보했다. 특징은 요즘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초의 청담동 명품거리의 명품 브랜드 점포는 1997년 문을 연 프라다다. 당시 청담동 명품거리는 패션 중심지였지만 값비싼 브랜드 이미지로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문턱을 낮추니 젊은 고객들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온라인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잘 만든 공간 하나는 열 온라인 광고 부럽지 않다”면서 “체험과 더불어 인증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각광받는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