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항공기 거래 관련 위법 없어···3자 연합 거짓주장"
2020-03-08 10:57
조원태 회장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과 무관
언급된 리베이트 시기는 한진그룹 입사 전
공개된 합의서에는 구체적 내용·근거 없어
언급된 리베이트 시기는 한진그룹 입사 전
공개된 합의서에는 구체적 내용·근거 없어
대한항공은 8일 "3자 연합은 프랑스 경제범죄 전담 검찰의 '수사종결합의서'를 고등법원의 판결문이라고 거짓 주장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3자 연합이 제시한 문서는 검찰과 에어버스 사이에 체결된 사법적 공익 관련 합의서로, 객관적 증거에 기초한 재판의 판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수사 진행 과정에서 프랑스 검찰과 에어버스로부터 어떤 문의나 조사, 자료 제출 요구도 없었다"며 "합의서는 에어버스에 대한 기소 면제를 목적으로 한 양자간의 합의일 뿐 제3자와의 사실관계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했고, 3자 연합은 지난 6일 영문으로 된 프랑스 고등법원 판결문을 공개하며 이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3자 연합이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3차례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와 항공기 구매 계약을 맺었고, 이 과정에서 에어버스가 계약을 대가로 대한항공 전 임원에게 1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판결문에는 에어버스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차례에 걸쳐 총 1450만달러를 대한항공 고위 임원에게 건넸다는 내용도 담겼다. 3자연합은 "거액의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구체적인 실행 과정이 조 회장 몰래 이뤄질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항공기 구매계약 시점과 송금 주장 시점 사이에 10년 이상의 간극이 있다는 점, 합의서에 언급된 중개인은 A320 기종 판매를 위해 고용된 인물이나 대한항공이 구매한 기종은 A330 기종이라는 점 등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대한항공은 "합의서에는 에어버스가 해외 중개인에게 송금했다는 언급만 있을 뿐 중개인이 금원을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했다는 구체적인 내용과 근거가 없고 금원 수령자도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서상의 600만 달러는 에어버스가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 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설립된 에어버스 기술연구소에 대한 투자로, 600만 달러의 기금은 에어버스, USC, 인하대, 항공대, 대한항공 인사가 참여하는 '운영 이사회'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의 명운이 달린 27일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양측의 여론전은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기준으로 일단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의 지분(22.45%)과 델타항공(10.00%), 카카오(1%),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 등 37.25%를 확보했다. 이에 맞서는 3자 연합의 지분은 31.98%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이 보유 지분에 대해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라며 한진칼을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표대결을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도 확대되고 있다. KCGI와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각각 한진칼 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당초 위탁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한 한진칼에 대한 보유주식 의결권을 회수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2.9%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