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추경]② 20년 동안 4년 빼고 편성...그래서 효과는요?

2020-03-05 07:00
"운용 목적 확실해야 효과 극대화,...선심성 종합대책 지양해야"
2015년 메르스 당시 11.6조 편성...실목적 부합 예산은 2.5조 뿐

추경은 역대 정부가 애용한 카드다. 2000년대 들어서만 살펴봐도 20년 동안 16번의 추경이 이뤄졌다. 현 정부 들어 추경안은 △2017년 11조원 △2018년 3조8000억원 △2019년 5조8000억원 △2020년 11조7000억원 규모로 각각 편성됐다. 

이처럼 추경이 빈번하게 이뤄진 것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많아진 데 따른다. 실제 추경의 순기능이 크다. 단, 맞춤형 긴급수혈이라는 목적에 충실했을 때만 그렇다.

예를 들어, 지난 2009년 추경으로 인해 코스피지수가 약 33% 증가했다. 2013년 추경 당시 한국금융연구원은 추경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3% 상승시켰다고 분석했다.  

2002년 태풍 루사 때처럼 재난상황에서는 추격 효과가 극대화된다. 일일 강우량이 1904년 기상관측 이후 가장 많은 870.5㎜를 기록하면서 246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경제적 피해도 역대 최악인 5조50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정부는 추경을 하면서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의 긴급복구 비용과 김해·합천·함안 등 3개 특별재해지역에 대한 피해복구 지원에 집중 편성했다.
 

2015년 서울 중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실 앞 선별진료소에서 보안요원이 취재진과 벽사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안타깝게도 이를 제외한 추경의 바람직한 사례는 꼽기 어렵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3회계연도 결산 거시·총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추경으로 예산이 늘어나거나 줄어든 정부사업을 뜻하는 추경사업 308개의 예산현액(예산액+이월액)은 66조4068억원이다. 이 중 8855억원(1.1%)은 이월됐고, 3조9192억원(6.3%)은 아예 사용되지 않았다.

원래 편성된 정부사업 예산 61조원에 5조원 가량을 얹어 66조원을 쓰겠다고 계획했지만, 여기서 4조원을 덜 쓴 것이다. 추경으로 굳이 예산을 늘리지 않아도 됐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예산정책처는 "불가피하게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추경 내용과 운용이 제한적이어야 한다"면서 "추경 편성 요건이 충족됐다 하더라도 개별 정부 사업이 의도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집행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추경 성적표도 좋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 등에 따르면 추경으로 인한 성장률 인상 효과는 0.1%포인트를 웃돌았다. 2015년에는 11조6000억원을 편성했는데 0.14~0.20%포인트 성장률 제고 효과에 그쳤다. 2016년은 0.12~0.13%포인트, 2017년은 0.11~0.12%포인트씩 경기부양에 일조하는 데 그쳤다.

추경을 할 때 본래의 목적에 맞지 않는 다른 사업이 포함되는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추경은 국가적 비상사태에 편성된다. 급히 쓰여야 하는 곳에 나랏돈이 가야 하는 게 당연하다. 여기에 정부의 선심성 경기부양책이나 정치권의 정략적 사업 등이 섞이는 경우가 많다. 추경이 본예산에 비해 편성에서 본회의 통과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아 감시나 자정 기능이 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가장 최근에 편성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추경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11조6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본 병·의원과 산업계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이다. 하지만 실제 이 부문에 쓰인 돈은 2조5000억원이 전부다. 대신 가뭄 극복, 청년 실업 대책, 지역 축제, 지자체의 도로 건설 등 메르스와 무관한 예산이 포함됐다. 정부는 당시 추경을 통해 3%대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그해 성장률은 2.8%에 그쳤다.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추경의 효과가 부실한 것은 당연하다. 추경이 종합선물세트형 선심성 경기부양책으로 전락한 것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