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화요일] '부활'한 바이든, 샌더스와 양강 구도...복잡해진 셈법

2020-03-04 18:59
바이든 ‘화려한 부활’...중도 결집·反샌더스 연대로 10개州 대승
워런·블룸버그 퇴장 압박↑...샌더스와 양강구도로 장기전 돌입

'슈퍼화요일'의 윤곽이 드러났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역전에 성공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은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혼전에 빠졌다.

경선 초반 사퇴를 고려해야 했을 정도로 부진했던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화려하게 부활했고, 독주에 첫 제동이 걸린 샌더스는 굳건한 지지층의 저력을 확인했다.

4일(현지시간) CNN과 폴리티코 등 현지 언론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각 기준 4시 현재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날 슈퍼화요일 경선을 치룬 14개 주(州) 중 최소 9개 주에서 승리를 거두며 민주당 대선 선두주자로 치고 나왔다.

그가 승리를 거둔 9개 지역은 △앨라배마주 △아칸소주 △매사추세츠주 △미네소타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오클라호마주 △테네시주 △버지니아주 △텍사스주다. 아울러 샌더스와 접전 중인 마인주에서도 1%가량의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반면, 경선 초반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던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번 슈퍼화요일에는 4개 주에서 승리를 얻을 전망이다. 그는 △버몬트주 △콜로라도주 △유타주에서 1위를 확정했고, 개표가 절반가량 진행된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선두에 서있다.

이로써 바이든과 샌더스는 이날 현재까지 각각 399명과 322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누적대의원 수는 각각 453명, 382명이 됐다.

이날 바이든의 부활의 배경에는 급진 성향인 샌더스의 민주당 대선 후보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반(反) 샌더스 연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급진 개혁 성향의 샌더스 상원의원이 대선 본선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면 민주당의 필패가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민주당 중진들은 샌더스를 저지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해왔고, 앞서 경선 후보에서 사퇴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바이든 지지 선언에 나섰다.  

그간 독주에 제동이 걸린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부진에도 지역구인 버몬트주를 비롯해 텃밭에서의 굳건한 지지세를 확인했다. 특히 415명의 최다 대의원이 걸려 있어 최대 승부처로 꼽힌 캘리포니아주에서의 승리가 유력한 것이 향후 경선 과정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결과를 통해 부진에도 충성심 높은 굳건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외신들은 슈퍼화요일 결과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설 곳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매사츠세츠주에서조차 패배한 워런 후보의 경우 향후 중도 사퇴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CNN은 워런의 참패 원인으로 그간 지지층이었던 백인·여성·고학력자·진보 성향의 유권자표를 상실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슈퍼화요일을 위해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했던 블룸버그는 미국령 사모아 한 곳에서만 승리를 얻으며 초라한 결과를 얻었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전날까지도 '절대 변수' 후보로 통했던 블룸버그는 이날 "7억 달러를 하수구에 흘려보낸 오늘 밤 가장 큰 패배자"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롱 섞인 트윗만 받았다. 캠프 관계자는 블룸버그 캠프가 중도 사퇴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P는 "슈퍼화요일 결과는 몇 주 전만 해도 거의 예측할 수 없던 방식으로 경선을 재편할 것"이라며 "바이든이 폭풍처럼 되돌아왔고, 샌더스도 패배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두 주자의 양강 구도가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유세 현장에 난입해 바이든에 항의한 한 시위자.[사진=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