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조 '슈퍼 추경'으로 코로나 공포 극복한다

2020-03-04 16:03
메르스 추경 때보다 실집행액 2.3조 더 많아
국회 통과 후 두달간 75% 이상ㆍ약 8조 집행해 효과 극대화
홍남기 "추경으로 피해 최소화...경제 버팀목 역할 할 것"

정부가 11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체계를 보강하고, 어려움을 겪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다.

정부는 4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경안을 의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추경은 초유의 감염병 확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위축된 민생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생 안정과 소비 여력을 높이는 데 3조원, 소상공인·중소기업 회복을 지원하는 데 2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감염병 전문병원 등 방역체계 보강에 2조3000억원, 지역경제와 상권 살리기에도 8000억원을 투입한다.

앞서 정부가 20조50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 지원과 종합 경기 대책을 발표한 것까지 포함하면 코로나19 민생 경제 종합 대책을 위해 쓰는 돈은 총 31조6000억원에 달한다.
 

[그래픽=연합뉴스]

이번 추경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될 금액은 2조3000억원 더 많다. 이번 추경 총 11조7000억원 중 3조2000억원은 세수 부족분 등을 메우는 세입 경정이다. 8조5000억원은 실질적으로 지출을 하는 세출 추경으로 쓰인다. 메르스 사태 당시엔 추경 총 11조6000억원 중 세출 추경은 6조2000억원이었다.

정부는 추경 효과를 높이기 위해 추경 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후 2개월 내 75% 이상 집행할 계획이다. 추경 규모가 11조원을 웃도는 것을 고려하면 2개월 안에 최대 약 8조원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애초 정부는 추경에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17일까지만 해도 "거듭 말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추경은 검토하지 않는다"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편성된 예산 활용, 예비비, 기금계획 자체 변경 등을 통해 기존 재원을 활용해서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강했다. 추경에 따른 정부 재정 건전성 악화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달 18일 대구 확진자 1명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했다. 정부가 추경과 별도로 대구·경북지역에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추경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편성됐다. 2000년대 들어 정부가 1분기에 추경안을 편성한 것은 2009년과 올해뿐이다. 또한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진행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추경 편성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정부는 지난주 추경 검토 작업에 착수했고, 초스피드로 국무회의를 거쳐 5일 국회에 제출하게 됐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정부의 시정 연설 청취에 이어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처리 절차를 밟게 된다. 여야는 추경안이 제출되면 바로 심사에 착수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낙연 코로나19 재난안전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추경예산 편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