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마스크 350만장 넘겨 차명계좌로 폭리"

2020-03-03 12:00
국세청, 유명 인플루언서 등 '마스크 폭리' 52개사 세무조사 착수
주문 일방 취소 후 현금 판매 업자도 적발..."404곳으로 점검 확대"

# 마스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마스크 가격이 급등하자 기존 거래처에 공급을 중단한 후 아들 B씨가 운영하는 유통업체에 개당 300원에 총 350만장의 마스크를 몰아줬다. B씨는 A씨로부터 마스크 물량을 확보할 때마다 온라인 홈페이지와 지역 맘카페 공동구매를 통해 장당 3500~4500원의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 폭리를 취하고 대금을 자녀·배우자 명의의 차명계좌로 받았다.

# 수만명의 팔로어가 있는 의류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C씨는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자 증빙 자료 없이 마스크를 사재기했다. C씨는 마스크 물량을 힘들게 구했다며 소량만 한정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즉시 품절시키는 방식을 이용했다. 문의 댓글을 남기는 구매 희망자에게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를 알려주며 현금거래를 유도, 매출을 탈루했다.

 
국세청이 온라인 판매상과 인플루언서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인터넷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마스크를 판매해 폭리를 취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사람이 대상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25일부터 전국 마스크 제조·유통업체 275개사에 조사요원 550명을 파견해 일제 점검을 한 결과, 2·3차 소규모 유통업체 52개사에 대한 현장 점검과 세무조사를 한다고 3일 밝혔다. 274명의 조사요원을 투입했다.

국세청은 대부분 마스크 제조업체와 1차 유통업체들은 정상적으로 마스크를 제조해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문제는 온라인 판매상과 소규모 유통업체다. 국세청은 이들이 매점매석과 무자료거래 등 유통 질서 문란 행위를 한 것을 포착했다.

조사 대상자는 △1월 이후 마스크 매입이 급증한 2·3차 도매상(34명) △마스크 사재기 후 현금거래를 유도해 매출을 탈루한 온라인 판매상(15명) △보따리상을 통해 마스크를 해외 반출한 수출 브로커 조직(3명) 등이다.

이들 업체는 마스크를 대량으로 산 후 소비자 주문이 접수되면 일방적으로 이를 취소하거나 품절 상태로 표시하고 질의응답(Q&A) 비밀 댓글 등을 통해 개별 연락해 현금으로 판매하고 폭리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한 혐의도 포착했다. 
 

아들의 유통업체로 마스크를 몰아주고 차명계좌로 대금을 받은 A기업의 사례. [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이번 마스크 사재기 관련 혐의 조사 외에도 필요한 경우 과거 5개 사업연도 전체로 조사를 확대해 그동안의 탈루 세금을 추징할 계획이다. 조사대상 사업연도는 부정행위가 있으면 최대 10년까지 확대한다. 조사 결과 자료 은닉·파기, 이중장부 작성 등 조세 포탈 행위가 확인되면 검찰 고발 등 조치를 할 예정이다.

또한 온라인 판매상과 2・3차 유통업체 129곳을 추가로 점검한다. 국세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조사요원 258명을 추가로 투입해 일제히 점검하고 있다. 점검 대상 기업 수는 앞서 점검한 275곳과 합쳐 404곳으로 확대됐다. 점검 시에는 일자별 마스크 매입·매출, 재고량, 판매 가격 등을 살펴본다.

국세청은 점검 과정에서 탈루 혐의가 발견되는 즉시 세무조사를 할 방침이다. 매점매석 혐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밀수출 혐의는 관세청에 통보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마스크 핵심 원자재인 'MB 필터' 유통 과정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사업자에게는 세무조사 등으로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인터넷 카페와 SNS 등을 통해 폭리를 취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국세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