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은행주] 4대 금융그룹 회장들 취임 후 성적표 보니

2020-03-03 08:06

신한·KB·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그룹 회장들이 취임 후 주주가치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은행을 비롯해 금융그룹이 경영하기가 점차 힘들어진 탓이 크지만, 각기 다른 시기에 취임한 각 그룹 회장들의 취임 후 성적표는 좋다고 보기 어렵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KB금융그룹]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공식 취임한 것은 2014년 11월21일이다. 이날 3만9400원(이하 종가 기준)이던 KB금융 주가는 오름세를 보이며 2018년 1월23일 6만86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달 28일 3만8900원으로 윤 회장 취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KB금융의 시가총액은 15조2223억원(2014년 11월21일)에서 28조6825억원(2018년 1월23일)으로 늘었다가, 16조1749억원(지난달 28일)으로 다시 감소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시총 순위는 윤 회장이 취임한 2014년 11월 14위에서 2018년 1월 9위로 다섯 단계 올랐으나, 현재는 15위로 취임 당시보다 한 단계 내려앉았다.

윤 회장의 성적은 신한금융과 비교하면 보다 극명해진다. 2014년 11월21일 신한금융 주가는 4만9000원, 시총은 23조2358억원이었다. KB금융보다 주가는 약 1만원 높았으며, 시총은 8조원가량 많았다. 시총 순위도 KB금융보다 다섯 단계 높은 9위였다.

그런데 2018년 1월23일 신한금융 주가는 KB금융보다 약 1만5000원 낮은 5만3000원, 시총은 3조5000억원가량 적은 25조1326억원을 나타냈다. KB금융의 시총 순위가 14위에서 9위로 오른 사이 신한금융은 9위에서 14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KB금융이 이후 고전하면서 윤 회장 취임 수준으로 주가와 시총이 낮아진 것이다.
 

조용병 신한그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윤 회장이 취임 후 5년3개월 동안 오름세와 내림세를 보이며 제자리 걸음 중이라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조 회장은 2017년 3월27일 취임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신한금융 주가는 4만8050원, 시총은 22조7853억원이었다. 시총 순위는 금융권 최고인 10위로, KB금융보다 세 단계 높았다. 신한금융 주가는 이듬해 2월 초까지 5만원 부근에서 등락했지만,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달 28일 3만2300원까지 떨어졌다.

시총 역시 15조5826억원으로 조 회장 취임 후 3년여 만에 약 7조2000억원 증발했다. 같은 기간 시총이 4조4000억원 줄어든 KB금융보다 감소폭이 2배에 가깝다. 이 기간 하나금융 시총은 1조8000억원 줄었다. 현재 신한금융 시총 순위는 조 회장 취임 때보다 여섯 단계 내려간 16위로, KB금융보다 한 단계 아래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2012년 3월26일부터 하나금융을 이끌고 있는 김정태 회장은 4대 금융그룹 회장 가운데 최장수 회장이다. 김 회장 취임 당시 4만4500원 하나금융 주가는 등락을 거듭해왔다. 2016년 1월에는 1만9000원 선까지 떨어졌으며, 이듬해 7월 5만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달 28일 기준 3만1400원을 나타내는 중이다.

하나금융 시총은 김 회장 취임 때 10조8158억원에서 주가가 최저(1만9450원)를 기록한 2016년 1월20일 5조8165억원으로 4년여 만에 반토막 났지만, 현재 9조4276억원을 나타내는 중이다. 그러나 은행주가 상승세였던 2018년 1월과 비교하면 약 6조원 빠진 값이다. 하나금융의 시총 순위는 2012년 3월 21위에서 2016년 1월 48위로 급락했다가, 2018년 1월 24위로 다시 올라선 뒤 현재 28위로 소폭 떨어졌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경우 우리금융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전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우리은행 주가부터 살펴야 한다. 손 행장이 취임한 2017년 12월22일 우리은행 주가는 1만6200원이었으며, 시총은 10조9512억원으로 34위였다. 당시 KB금융(주가 6만2300원, 시총 26조483억원, 9위) 및 신한금융(주가 5만700원, 시총 24조419억원, 13위)은 물론 하나금융(주가 5만300원, 14조8890억원, 26위)보다 한참 뒤떨어 수준이었다.

지난해 초 지주사 전환 후 2월13일 코스피 시장에 들어온 우리금융은 다음날인 14일 주가 1만6000원을 기록했지만, 현재까지 최고가이며 줄곧 내림세를 보이는 중이다. 시총 역시 당시 10조8826억원으로 최고치였다. 지난달 28일 현재 우리금융 주가는 9610원, 시총은 6조9410억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주가 하락률은 39.9%, 시총 감소율은 36.2%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주가 27.0%↓, 시총 25.7%↓), KB금융(주가 15.8%↓, 시총 16.3%↓), 하나금융(주가 22.5%↓, 시총 22.5%↓)과 비교하면 우리그융의 주가 및 시총 하락·감소율은 가장 크다.

금융그룹들이 매년 최대실적을 경신 중임에도 주가가 하락하자, 그룹별 회장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수급개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이 4000억원, KB 및 하나금융은 각 30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우리카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신주(약 4600만주)발행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사회가 CEO 선임 등과 관련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