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의 운명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도쿄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감염 공포와 확산 우려에도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25일(이하 현지시간) AP에 따르면 딕 파운드 IOC 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올여름 도쿄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애초 제기됐던 대회 일정 연기나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대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뒤집었다. 개최지나 일정 변경 없이 '취소'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IOC가 대회 개최 여부를 고민하는 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영향 탓이다. 코로나19는 사람 간에 전염되는 바이러스인데, 다양한 국가와 인종이 함께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치르면 확산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1만1000여명, 패럴림픽에도 약 4400명의 각국 선수단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예정대로 대회를 진행하면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파운드 위원은 도쿄 올림픽 개최 1년 연기설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대회 개최를 1년 뒤로 연기하면 조직위원회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개별 종목 경기의 일정에도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사들의 TV 중계도 걸림돌이다. 도쿄 올림픽이 10월로 연기돼 가을에 열릴 경우, 미국프로풋볼(NFL)과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등 하반기 스포츠계의 다른 대형 행사들과 일정이 겹치게 된다.

IOC는 올림픽 취소라는 최악의 사태에도 대비돼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 취소에 따른 위약금 등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IOC는 올림픽 취소에 대비해 8억9700만 달러의 예비비를 준비해놨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은 전했다. IOC는 리스크 관리 전략에 따라 2001년 1억500만 달러 규모의 예비비를 처음 마련하기 시작했다.

IOC는 늦어도 5월 말에는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 위원은 "개최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2~3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 개최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올림픽 개최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운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IOC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도쿄 올림픽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가 관방장관은 "도쿄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기 위한 준비를 IOC가 진행하고 있다는 회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