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걷던 공유자전거 '코로나19 특수' 타고 씽씽

2020-02-27 00:05
"대중교통 불안"...中정부도 출퇴근시 자전거 이용 권고
소독 등 위생관리 강화 교차감염 예방...의료진에 지원도

"요즘 같은 비상시국에 손때가 많이 묻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은 매우 불안하다. 차라리 밀접 접촉 위험이 덜한 공유자전거를 이용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공유자전거 업체들이 위생 강화에 신경 쓰기 때문에 크게 걱정이 없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대중교통 밀접 접촉으로 인한 감염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공유자전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 사는 주(朱)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에 걸릴까봐 겁이 나서 출퇴근 시 자차나 공유자전거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주씨는 선전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았던 기업들이 속속 조업 재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꺼리는 분위기는 여전하다며 출퇴근 시간에 공유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도로 위 공유자전거로 가득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싶었다"면서 "직장 동료들도 차로 20분 걸리는 거리도 공유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 며칠 사이에 코로나19의 확산이 확연히 둔화하고 있다"면서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기 전에는 공유자전거의 대여율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중교통보단 자전거 이용" 권고...공유자전거企 '훨훨'

최근 중국 정부가 대중교통보다는 자전거를 타는 게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면서 공유 자전거 이용 빈도는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산하 인터넷매체인 인민망(人民網)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자전거가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이며 편리한 '국민 방역 이동수단'이라고 밝혔다. 대중교통과 비교하면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교차 감염을 우려할 필요가 없고 더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또 감염 매개체인 비말(기침·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침 등의 작은 물방울)이 자전거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낮다고도 설명했다. 비말이 증발하거나 공기 중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자전거를 통한 접촉으로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 사는 펑(馮)씨 역시 "회사가 멀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한편으로는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걱정했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전거 이용이 더 낫다고 밝히면서 걱정이 사그라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체력 및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데다가 코로나19 예방까지 할 수 있어 계속 공유자전거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중국 공유자전거. [사진=웨이보 캡처]

덕분에 한동안 침체됐던 공유자전거 업계가 때아닌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다. 

중국 뉴스 포털 제몐(界面)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자전거 공유업체 헬로바이크는 지난달 8일부터 2월 5일까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 등 1선 도시의 대여율이 전년 동기대비 27.4%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래 이용자의 평균 이용시간이 36분, 이동거리는 5㎞ 이상으로 나타났다. 애초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 이용자의 평균 이용시간이 15분 미만, 이동거리가 1㎞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사람들의 평소 자전거 이용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공유자전거가 이에 부응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한 헬로바이크 담당자는 "그동안 쇼핑센터, 버스 환승센터 등 지역에서의 이용빈도가 높았지만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병원, 주거지역 등 이용빈도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날씨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날씨 등 계절적 변수 요인이 많아 대여율이 좌지우지되는데, 눈과 비가 내린 날에도 이용 빈도가 꾸준히 있었다는 얘기다.

또 최근엔 중국 기업들이 조업 재개에 돌입하면서 공유자전거의 대여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도시들이 조업을 재개하기로 한 2월 10일,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의 공유자전거 대여율이 전날보다 각각 104%, 88%, 81% 늘었다.
 

헬로바이크, 메이퇀바이크, 디디칭쥐는 코로나19사태가 발생한 이후 소독 등 위생관리를 강화했다. [사진=인민망]

◆中공유자전거업체, 위생 강화 총력...금융지원도 아낌없이

이는 공유자전거 업체의 노력도 한몫했다. 공유자전거를 타다가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노력한 것이다.

헬로바이크, 메이퇀바이크(모바이크), 디디칭쥐는 코로나19사태가 발생한 이후 소독 등 위생관리를 강화했다. 3사는 자전거 소독 및 세차를 주 1회에서 하루 3회로 늘리고, 확진자 동선 인근에는 공유자전거를 주차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폐쇄 후 모든 자전거 소독을 시행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공유자전거가 집중되지 않도록 했다. 교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와의 협력도 강화했다. 실제로 3사는 베이징시 둥청구 도시관리 위원회와 손잡고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교통비상지휘부를 마련했다. 베이징시 둥청구의 17개 도로를 세 부분으로 나눠 공유자전거업체가 정해진 구역을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헬로바이크, 메이퇀바이크, 디디칭쥐는 매일 30~50명 직원을 정해진 구역에 파견해 자사 자전거 관리를 철저히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원도 아낌없이 했다. 메이퇀바이크는 후베이성에 있는 의료 관계자들이 무료로 사용하도록 30만대 공유자전거를 제공했다. 또 베이징, 상하이, 선전, 청두, 시안 등 지역에 소재한 기업이 하루빨리 업무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지난 24일부터 3월 1일까지 이용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공유자전거 시대' 부활하나?

'공유경제' 활황 속에 급성장했던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은 2017년 이후 줄곧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출혈경쟁과 물량공세 때문에 시장이 무너진 것이다. 

한때 100여개가 넘었던 공유자전거 업체 중 현재까지 그나마 살아남은 건 헬로바이크와 메이퇀바이크, 디디칭쥐 등 3개 업체다.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제일 잘나가는 건 헬로바이크다. 지방 도시에서부터 먼저 사업 기반을 다진 저력을 발판으로 활력을 이어간 덕분이다. 나머지 업체들은 헬로바이크의 질주에 주춤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코로나19'를 등에 업고 공유자전거가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공유자전거에 대한 요구도 차츰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유자전거 업체들이 운영 및 유지 보수를 강화하고, 가격을 인하하는 등 업계 혁신을 계속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용자의 이용 빈도가 높아진다면 공유자전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