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의 정치학] ②선거판 흔드는 ‘비례정당’...파급력 상당

2020-02-26 07:10
여론조사...민주당 40%·미래한국당 38% 추정
미래한국당 35% 득표시...전체 47중 28석 차지
민주당 '비례정당' 군불때기...명분 쌓기 중
범여권 반발..."與, 도대체 생각이 부족한 당"

21대 총선의 최대 변수로 ‘비례정당’이 떠오르고 있다. 비례정당 출현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실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 창당 여부를 놓고 군불때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그간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향해 ‘꼼수 정당’이라고 비판해온 민주당은 이대로 총선을 치렀다가는 ‘필패’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날 민주당 중진 송영길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관위가 미래한국당이 선거법 악용 행위를 폐쇄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저런 반칙 행위를 그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이른바 ‘비례민주당’ 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4+1 협의체’를 주도해 연동형 비례제를 통과시킨 장본인으로서 비례정당을 창당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범진보진영의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특히나 올해 초 미래한국당 창당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비례정당 창당”은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결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해 21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총선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은 민주당(33%), 미래한국당(25%), 부동층(22%)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정당 지지도와 실제 연령별 투표율, 부동층 투표 배분 등을 반영해 올해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예상 득표율을 계산한 결과 민주당 40%, 미래한국당 38%, 정의당 13%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기자간담회.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미래한국당이 실제 총선에서 35% 득표를 받는다고 가정한 의석수 배분을 공개했다. 산술적으로 미래한국당이 준연동형으로 획득 가능한 의석은 50석으로 나오는데 이는 준연동형 상한선인 30석을 뛰어넘는 의석수다. 실제 미래한국당에 주어지는 의석은 전체 비례의석 47석 중 28석에 달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수 정당에 돌아간다. 상한선인 30석에 맞춰 각 정당의 준연동형 의석을 축소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 공동대표는 “정의당의 경우 10% 득표를 가정했을 때 13석에서 6석으로 줄어드는 결과가 나온다”면서 “미래한국당 같은 비례용 위성정당이 실제 창당하고 선거에 참여할 경우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가 크게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비례정당의 파급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자 여권인 민주당은 비례정당 창당 ‘명분 쌓기’에 나선 모양새다. 명분 쌓기는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손혜원 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손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손혜원 TV’에 출연해 “민주당 위성 정당이 아닌, 민주 시민을 위한 시민이 뽑는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민주당과 선거법 개정에 공조한 4+1 협의체는 민주당의 비례정당 출범 기류에 반발하고 있다. 이날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이제 와서 위성 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옳지 않다. 명분이 없다”며 “민주당이 명분도 상실했지만, 도대체 생각이 부족한 당”이라고 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도 “손혜원, 정봉주, 윤건영 등 여권 인사들이 일명 비례민주당 창당을 거론하고 있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수락연설 하는 미래한국당 한선교 당대표. 5일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한선교 당대표가 대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