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한국인 입국금지? 베트남서도 '코리아 포비아' 확산

2020-02-25 06:10
24일 0시 기준...베트남, 한국발 모든 항공편 검역 강화 조치
대구발-다낭행 항공기는 내리자마자 한국인 22명 전원 격리
국내 확진지역 확산 시...베트남 내 한국인 전면 입국금지 우려도

"저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한국인이 아닌데 체온을 재고 개인 의료정보가 담긴 기록카드를 임의로 제출하라는 것은 이해가 안됩니다. 한국인이 아닌 프랑스인으로 처우를 해주기를 바랍니다."

지난 23일 밤, 인천에서 출발한 베트남항공 VN415편이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하자 입국장에서는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베트남 정부가 한국인뿐만 아니라 한국발 비행기의 모든 승객에 대한 입국을 강화하자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 함께 경유해온 승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

이날 검역서류를 받은 한국인 승객들도 베트남에 입국하면서 이런 종류의 의료기록을 써본 것은 처음이라며 베트남에서 이런 대우를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베트남 보건당국이 설명을 이어가자 결국 승객들은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않은 바닥에 앉아 검역서류를 들고 한 사람씩 세부내용을 작성했다.

베트남 정부가 24일 0시를 기준으로 한국발 모든 비행기에 대한 검역을 전면 강화했다. 국내에서 슈퍼전파자로 알려진 31번 확진환자를 통해 한국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800명을 훌쩍 넘자 베트남 정부는 한국발 모든 항공편에 대한 검역 강화조치를 전격적으로 시행한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 [사진=김태언 기자]


특히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중심이 되는 대구와 경북지역의 출발 항공편은 입국이 아예 제한됐다. 24일 오전 대구를 출발해 다낭에 도착한 비엣젯항공의 VJ871편에 탑승한 승객들은 한국인을 포함해 전원격리조치됐다.

뚜오이체 등 베트남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베트남인 58명, 한국인 22명이 다낭 공항에서 의료 감시를 받고 격리 조치를 위해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다. 해당자들은 14일 동안 격리 및 의료 감시를 받을 예정이다. 베트남 정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한국의 코로나19 관련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앞서 하노이시와 호찌민시 보건당국은 베트남 보건부에 한국에서 출발하거나 최근 한국 방문 이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료신고를 신청할 수 있도록 건의서를 요청한 바 있다.

건의서에는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출발하는 관광객들이 14일 동안 거주지에서 격리되도록 안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베트남 외교부 또한 “한국 내 전염지역에서 베트남으로 돌아온 한국인뿐만 아니라 베트남인도 14일 동안 집중적으로 격리 조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23일 제시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이제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조치가 이미 초기 시행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베트남 정부가 인천발 항공기에 대해서도 격리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상 한국인의 베트남 입국금지인 셈이다.

베트남은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 청정국가로 통한다. 확진자가 16명이 나왔지만 이미 15명이 완치 후 퇴원하고 1명만 남았다. 이달 13일 이후 신규 확진자는 베트남에서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 사태 대응을 총괄하는 베트남 국가지도위원회의 결단은 중국과의 국경폐쇄에서 보듯이 빠르고 과감했다. 국가지도위원회를 이끄는 부 득 담 부총리는 "중국의 31개 성과 같이 한국의 2개 시도(대구, 경북)에서 오거나 그곳을 경유한 사람은 규정에 따라 격리돼야 한다"고 24일 밝혔다. 비록 한국이 제2의 교역국이지만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는 충분해 보인다. 
 

코로나19 관련, 베트남 보건부의 한국어 검역 서류 [사진=베트남 에픽투어 제공]


24일 현재,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한국발 모든 항공기는 도착 후 입국심사대 앞 검역소에서 국문·영문·베트남어 검역서류를 제출하고 체온측정도 같이 이뤄져야 입국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본지 취재결과,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가 대폭 강화된 호찌민과 다낭공항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하노이 공항은 검역서와 체온측정만 이뤄지고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는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다.

24일 오후 인천발 비행기로 하노이에 입국한 A씨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검역절차를 마치고 난뒤에는 특별히 한국인이라 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에 이상이 없는 한국인에 대한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베트남 정부에 지속적으로 강조하다겠다는 방침이다.

주베트남한국대사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베트남 정부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처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대사관 내 전담팀을 통해 특별안전공지를 현지 교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배포 중이다. 현지 외교채널을 이용해서도 관계 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