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이야기③] 꿈을 찾는 도서관 ‘포틴립’

2020-02-24 16:03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인터뷰

[편집자주] 성수동은 매력적이었습니다. 트리마제,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등 초호화 주거시설 반대편에는 수제화 거리‧철물점의 낡은 흔적이 공존했습니다. 골목 곳곳에는 저마다 개성을 살린 카페와 음식점, 뷰티 전문점이 자리했습니다. 여기에 소셜벤처기업이 빈 공간을 채우면서 성수동은 문화의 용광로가 됐습니다.

성수동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테이블 하나 없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며 남사장님과 건너편 꽃집 여사장님의 관계를 알게 됐습니다. 커피를 사면 꽃집 안에서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정보도 얻었습니다. 반대편 음식점에선 도시를 떠나 귀농한 농부가 직접 채소를 길러 반찬을 만들고, 손님들에게 내놓는다고 했습니다. 이곳에선 각자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성수동이 궁금해졌습니다. 넓은 공간 속 작은 공간들, 그 한 곳 한 곳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성수동에 가게를 낸 자영업자, 세상을 향한 ‘임팩트’를 준비하는 소셜벤처 창업가, 본사 이전으로 성수동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수식 불가능한 문화예술인, 그리고 오랜시간 성수동의 변화를 함께한 평범한 사람들.

성수동은 그 사람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2020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수동을 이해해 보려 합니다. 이 과정은 ‘성수동을 기반으로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 성장을 지원하는’ 루트임팩트와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주경제X루트임팩트의 ‘성수동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십대를 위한 도서관 '포틴립' 그룹존.(사진=임팩트스퀘어)]


[글=권용직 루트임팩트 매니저] 어느덧 3월이 다가옵니다. 3월은 봄을 맞을 준비를 하는 달이기도 하고, 학생들이 신학기를 맞이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배움의 시기, 조금은 지루하고 귀찮게 느껴질 법한 배움의 경험을 새롭게 선사하는 곳을 만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임팩트 비즈니스를 소비하게 한다’는 미션 아래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팅과 교육사업을 하는 임팩트스퀘어. 성수동에 ‘십대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든 임팩트스퀘어를 운영하는 도현명 대표를 만나봅니다.

For teen Library? Fourteen Library?

Q. 포틴립의 심볼을 보면, 로마자로 ‘14’가 쓰여 있습니다. 포틴립은 어떤 공간인가요?

"포틴립은 ‘십대들을 위한 공간’ 즉, 중고생을 위한 공간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청소년은 ‘중고생을 위한 공간’임을 너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 지루해합니다. 한국 사회의 모토 자체가 중고생들은 성인이 되는 걸 준비하는 시기라고 인식하고 있어요.

가장 빛날 수 있는 청소년기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으로만 희생되지 않았으면 하는 뜻에서 만들게 됐습니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시기가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준비할 수 있는 공간 말이죠. 숫자 ‘14’는 ‘중고생과 10대들의 지금’을 상징할 수 있는 나이의 평균치고요. 그렇게 줄여서 ‘포틴립’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Q. 임팩트스퀘어는 소셜임팩트 팀을 발굴하고 컨설팅하는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큰 축으로 진행하죠?

"엑셀러레이팅 하는 것 맞아요. 임팩트스퀘어 목적인 ‘더 많은 사람들이 임팩트 비즈니스를 소비하게 하자’의 수단이죠. 루트임팩트와 같은 체인지메이커들의 중간지원조직과 함께 성수동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성동구’의 가장 큰 소셜 이슈가 무엇인지 살펴봤어요. 그것은 다름 아닌 교육문제였고요.

성수동은 소득수준에 비해 교육여건이 비교적 좋지 않고, 교육 관련 시설들도 부족해요. 그러한 배경에서, 2014년 성수동을 거점으로 체인지메이커 클러스터를 함께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점프, 공신, 자람가족학교, 인액터스 등 여러 ‘교육 사회적기업’들을 유치했어요. 임팩트스퀘어가 추구하는 ‘소셜 액셀러레이팅’ 역량이 만나 범주가 성인에서 청소년으로, 기업에서 지역사회로 넓어진 거죠."


Q. ‘10대를 위한 독서실’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Z세대 교육시장은 크게 바뀌었어요. 강의 콘텐츠를 상당부분 온라인에서 충당 가능하기에 오프라인 기반 학원이 많이 줄었죠. 대형강의가 사라지는 추세고, 소형강의는 퍼실리테이팅이나 코칭 등을 통해 수급해요. 이미 검증이 끝난 ‘좋은 강사’를 통해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은 소득수준을 떠나 커버가 가능해진 거예요.

자가학습능력 강화와 함께, 방과 후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이나 콘텐츠가 필요해졌어요. 강의 이후 개별학습을 도와주거나 코칭하는 것이 중요해진 거죠. 성동구에는 독서실 자체가 부족하고, 조성된 공간도 대학생, 성인을 위한 것이었어요. 소셜벤처가 만든 독서실은 찾아보기 힘들었죠. 우리의 목표를 위해서도,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이 일이 꼭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Q. 독서실을 기획하면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무었이었나요?

"독서실 비즈니스는 재미있어요. 최초 구매는 부모가 하고, 등록 유지 선택은 학생들이 하거든요. 학생들은 처음에 부모님과 같이 와요. 다녀보고, ‘다음 달도 등록하겠다’고 정하는 것은 청소년의 몫이죠. 

포틴립은 2층, 825m²(250평), 최대 138석 규모에요. 성동구에서는 제일 크죠. 이외에 소그룹실 다섯 개가 있고, 몰입을 위한 독서실 공간과 카페형 독서실이 있어요. 영상촬영 및 강의를 할 수 있는 스튜디오도 마련돼 있어요. 1층에는 커뮤니티룸이 자리하고, 멘토링이나 강의를 위한 라운지도 있죠. ‘공부하는 곳’이라는 독서실 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고, 다양하고 즐거운 배움, 여가의 기회를 모두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공간을 꾸몄어요."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배움에 필요한 것들, 그 틀을 깨는 것.


Q. 포틴립은 ‘배움의 공간’에 대한 틀을 깬 것 같아요.

"성수동이 엄청나게 ‘힙’해졌다고 하는데, 문제는 어른들을 위한 ‘힙’이라는 거예요. 청소년이 비싸지 않은 가격에 먹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어요. 그렇다고 공부하다가 한 번 자리를 뜨면 이탈률도 높아지고 집중력도 잃게 되거든요. 독서실을 다니면서 10대들에게 꼭 있어야 하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그것들이 문구점, 군것질거리, 가끔 즐길 수 있는 여가시설이라고 생각했죠. 포틴립 101호에서 스낵을 판매하는 푸드트럭박선생의 박준서 대표는 청년푸드트럭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푸드트럭 사업을 하다가,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고 싶어 임팩트스퀘어를 찾았죠. 문구점의 경우 수요가 늘고 안정되면 소셜벤처상품들을 큐레이션해 판매할 예정이에요. 재미로 이용할 수 있는 스티커사진기와 코인노래방도 준비돼 있어요. ‘어차피 놀러 나갈 거라면 여기서 즐겨라’인거죠.(웃음)"


Q. ‘다양한 배움의 경험’을 위해 준비 중인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나요?

"청소년들이 공간에 머물며 배움에 대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게 될 것을 기대해요. 배움의 커뮤니티, 배움의 ‘다이내믹스’가 생길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어요. 단순히 성적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핵심적인 축은 좋은 어른을 만나는 것에 있어요. 진로와 관련해서도 왜 이러한 일을 하는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필요하죠. 핵심적으로 동아리와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성수동에는 소셜벤처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으니 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줄 수도 있죠. 성동구에 있는 한양대학교와 협약해 최대 100명의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학습과 진로 등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대외적으로는 공신 강성태 님의 강연,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이영표 님의 강연 등을 진행하게 될 거고요."
 

[포틴립 포커스존.(사진=임팩트스퀘어)]


연결의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모인 곳, 성수동


Q. 성수동에 있는 학교, 교육기관 등에서 협업 제의를 받을 것 같은데요. 포틴립이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나요?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시도를 통해 지역사회와 교육 커뮤니티 내에서 ‘솔루션’을 증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솔루션을 입증하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다름 아닌 ‘협업과 연결’이고요.

공간을 만든 과정을 되짚어보면, 동네 토박이인 건물주와 성동구청의 협조, 지역 중고교 및 한양대학교와의 연결, 성수동에 기반을 둔 교육소셜벤처와의 연결 등 모든 연결이 촘촘했거든요. 협력조직들을 전부 다 동네에서 모을 수 있었어요. 연결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모인 성수동이기에 가능했죠.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이익을 낼 것이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어나갈 거예요. 그 중심에는 성수동과 그 안에서의 ‘연결’이 있습니다."
 

['성수동 이야기'는 아주경제와 루트임팩트가 함께 만듭니다.]